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가 17일 추가로 투기 의혹을 제기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30여 필지 가운데 일부는 야적장이나 고물상 등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등기부상 ‘농지(전)’로 설정돼 있음에도 불법적으로 활용된 것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실제 농업경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이날 국민일보가 찾은 과림동의 한 토지는 입구 바닥부터 영농이 불가능한 콘크리트 바닥으로 깔려 있었다. 민변은 이 땅이 단순히 농업 목적으로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채권최고액이 높게 잡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토지는 2018년 5월 8억4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는데 정작 채권최고액은 매매금액을 웃도는 8억4500만원으로 잡혀 있다.
야적장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높이 5m가량 되는 조립식 철제 패널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안쪽 중앙에는 5t짜리 트럭 2대가 세워져 있었고 주변으로 폐지 더미가 쌓여 있었다. 몇몇 폐지 더미는 파란 덮개가 씌워진 상태였다. 취재진이 야적장 주변을 배회하자 한 중년 남성이 “어디서 왔냐,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며 취재진을 쫓아내더니 철문으로 입구를 차단했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장소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농사를 시작했다는 목격담이 들리는 곳도 있었다. 야적장 바로 옆 물류창고 인근 주민에 따르면 최근 해당 땅 주인이 바닥의 콘크리트를 엎고 흙을 뿌려 묘목을 심었다고 한다. 평소 관리를 하지 않아 묘목은 모두 시들었지만 시에서 농사를 계속 짓지 않으면 1000만원가량 벌금을 물린다고 했다며 며칠 전에도 퇴비를 들고 왔었다는 것이다.
과림동의 다른 토지 역시 농지가 아닌 고물상이었다. 이 땅은 2018년 7월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의 한 주민은 “고물상이 운영된 지는 4년 정도 됐고 땅 주인이 임대료 지불 영수증을 수기로 적어 임차인에게 주기 위해 매달 여기를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투기 의혹 대상으로 지목된 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땅 주인도 있었다. 민변은 과림동 2331㎡짜리 땅이 지난해 말 21억원에 거래됐는데 채권최고액이 19억5600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토지주이자 그 자리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A씨는 “이곳에서 8년 동안 임대료를 지불하다 원래 땅 주인이 토지를 정리한다고 해서 농협에서 빚내어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물상 이사 비용만 3억~5억원이 드는 데다 월세 500만원을 감안하면 땅을 매입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을 뿐 투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목과 실제 쓰임이 다른 것과 관련해 시흥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이 2010년에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그린벨트가 풀렸다가 사업이 취소되는 바람에 2015년에 그린벨트로 도로 묶였었다”며 “지목 변경 없이 사업하는 고물상이 누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법행위인 만큼 행정처분도 계속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흥=글·사진 최지웅 이한결 기자 woong@kmib.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