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기 전인 지난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대면 조사한 것은 부적절했다. 이 지검장은 불법 출금 사건의 주요 피의자다. 수사 주체를 결정할 권한을 쥐고 있는 공수처장이 피의자를 면담한 것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김 처장은 17일 “(검찰의) 1~3차 소환에 불응한 이 지검장의 주장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재이첩을 결정하는 데 피의자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면담 신청인은 이 지검장의 변호인이었는데 왜 이 지검장을 함께 출석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장의 피의자 면담은 조사라고 해도 특별대우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공수처는 “적법절차에 따른 정당한 직무수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수사 준칙을 위배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처장은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을 만난 것인데 피의자 조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이 경우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를 생략했다. 수사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면담자, 피면담자, 면담시간만 기재했다. 약 70분 동안 면담했다는데 영상녹화도 하지 않아 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공수처가 이 지검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2일 이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했지만 이 지검장 면담 조사는 공수처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기소권은 공수처가 행사하겠다는 조건을 단 것에 면담 조사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 처장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고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공수처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공수처가 안착하려면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수사팀 구성과 향후 수사에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의심받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 처장의 이번 처신은 못내 아쉽다.
[사설] 피의자 이성윤 면담으로 중립성 논란 자초한 공수처장
입력 2021-03-1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