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도 미얀마 민주화 성금, 투쟁하는 국민들 후방 지원

입력 2021-03-18 03:04
미얀마 인권운동가 소모뚜씨가 16일 인천 부평구 사무실 앞에서 미얀마 민주화지지 팻말을 들고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인천=신석현 인턴기자

미얀마 인권운동가 소모뚜씨는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 수시로 미얀마 현지 상황이 그의 전화기로 전달됐고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힘쓰는 동료들의 전화도 잇따랐다. 소모뚜씨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난 2월 1일 이후 미얀마의 비극적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며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국민을 위한 모금 활동을 한다.

하루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생명선교연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난 6일간 모금한 성금 160만원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 소모뚜씨는 감사한 마음으로 그 돈을 받았다. 인천 부평구에서 16일 만난 소모뚜씨는 “기장 생명선교연대를 비롯한 기독교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미얀마를 위해 성금을 보내주고 계신다”며 “이렇게 모인 돈이 3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계신 많은 분이 미얀마 민주화에 동참하고 계신다. 군부독재의 아픔을 겪어서인지 우리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해주신다”며 “교계로부터도 연대할 방법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덧붙였다.

소모뚜씨는 1995년 이주노동자로 한국 땅을 밟았다. 민주화를 이룬 한국에서 일하며 자연스레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꿈을 품었다. 2004년에는 미얀마 민주화운동 단체인 버마행동한국의 총무도 지냈다. 이때의 경험으로 소모뚜씨는 최근 발 빠르게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를 결성할 수 있었다.

소모뚜씨는 현재 미얀마 은행 계좌 등이 모두 막혀 있는 상황에서 경험 등을 토대로 비밀 네트워크를 통해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국민을 후방 지원하고 있다. 그는 “시민불복종 운동이 확산되도록 돕고 있다”며 “특히 공무원들이 미얀마 군부에 대항해 총파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 때문에 소모뚜씨는 최근 미얀마 군부로부터 공개 수배된 상태다. 그러나 그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친구들이 훈장을 받은 것처럼 축하해줬다고 한다. 소모뚜씨는 “지금도 미얀마에서는 집에 앉아 있다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죽는 일이 허다하다”며 “내가 공개 수배된 건 아무것도 아니다”고 전했다.

소모뚜씨가 머무는 곳 입구 바닥에는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소모뚜씨는 미얀마인들이 오갈 때마다 그의 사진을 밟는다고 했다. 소모뚜씨는 “이들은 나라를 납치한 것과 다름없다”며 “우리의 분노를 이 사진을 밟으며 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