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대신 전자 표결… 8살 주주도 왔다

입력 2021-03-18 04:06
제52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17일 수원컨벤션센터 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수원=김지훈 기자

215만명의 주주를 보유한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어린이 주주가 등장했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의 여파로 소액주주가 증가한 영향이다. 이날 주총장에 방문한 주주는 900여명으로 지난해 400여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17일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 이도윤(8)군이 참석했다. 엄마 박효진씨의 손을 잡고 등장한 이군은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 2주와 셀트리온 주식 1주를 매수한 ‘주린이(주식+어린이)’다.

박씨는 갤럭시S21을 사달라는 이군에 삼성전자 주식 구매를 제안했다. 생활 속 경제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박씨의 설명에 이군은 흔쾌히 동의했다. 이군은 그간 모은 용돈, 세뱃돈 등을 합쳐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해 받은 분기 배당금은 용돈과 합쳐 치킨을 사먹는데 썼다. 이군은 “친구들에 주총장에 간다고 했더니 모두 부러워했다”고 자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코로나 주총’을 맞아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주주들은 비접촉식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을 거친 뒤 주총장에 입장했다. 주총장에도 2m 간격으로 의자를 배치해 거리를 유지했다.

주총에서는 박병국, 김종훈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사내이사 선임의 건, 김선욱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이 의결됐다.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사외이사 후보들에 반대를 권고했지만 모든 안건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권민지 기자

주총장에서 흔히 등장하던 ‘박수 통과’는 없었다. 주주들은 모두 전자 표결 단말기(사진)를 지급 받아 각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주총에 익숙하지 않은 주주들이 박수 통과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남 반도체·부품(DS) 부문장(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은 부문별 경영현황을 설명했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단종 가능성을 일축했다. 고 사장은 “일년에 S펜을 적용한 플래그십 모델 2개를 내는 것은 부담이기에 하반기 출시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 노트 카테고리는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주주간의 의견 충돌도 발생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 미래 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충분히 고려해 회사의 상황,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수원=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