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조용신의 스테이지 도어] 코로나 시대 뮤지컬 ‘비대면 오디션’ 어떻게?

입력 2021-03-20 04:08
뮤지컬 ‘코러스 라인’ 중 한 장면.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위한 배우 지망생들의 오디션 과정을 담았다. 나인컬쳐 제공

‘코러스 라인’(1975)은 브로드웨이에서 수많은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이 빈 무대 위에서 오디션을 보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안무가의 지휘 아래 즉석에서 배운 춤을 추고 연출가와의 압박 면접을 거쳐 심신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고 운도 따라준 극히 일부만이 최종 합격해 코러스로 데뷔하는 이야기다.

요즘 우리 뮤지컬 제작사들에게 ‘코러스 라인’ 방식의 대규모 현장 오디션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생활 전반에 이른바 ‘비대면’ 방식이 확산하면서 비대면 오디션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류 심사를 거쳐 일부 결격 사유를 가진 지원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1차에서 대면 오디션의 기회를 주었던 제작사들은 1차를 아예 동영상 심사로 대체하고 있다. 그동안 동영상 면접은 평상시 지원자가 많은 아이돌 연습생을 선발하기 위해 상시 오디션을 여는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즐겨 쓰던 방법이었다. 지원자들은 동영상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심사위원들 앞에 서서 자신의 기량을 직접 보여줄 기회를 얻는다.

이제 뮤지컬에서도 경력이 없는 초짜들은 동영상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심사위원들 앞에 서서 자신의 기량을 직접 보여줄 기회를 얻게 되었다. 비중이 있는 배역 오디션의 경우에도 극중 역할을 선택해서 그에 해당하는 지정곡 혹은 지정대사를 연습해서 일단 동영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숙제’가 있는 동영상 오디션이 활성화되면서 지원자들과 심사위원들 사이에 비대면 오디션 방식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지원자들은 동영상만으로 자신의 노래와 연기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동영상을 찍는 기술에 따라 음질이나 화질을 잘 운용하지 못하면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경쓸게 많아졌다. 또한 무대 경험이 없는 ‘초짜’의 경우 오디션 현장 참여만으로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러한 기회 자체가 줄었다.

현장 심사위원들에게 새로운 방식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지원자들이 보내온 동영상 파일을 다운로드 받고 재생하는 과정이 현장 오디션보다 더 번거로운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비대면 동영상 오디션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 공개오디션의 1차 오디션은 수준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2차, 3차에서 보기 위한 필요한 옥석을 최대한 빨리 가리고 싶어 하는데 실력 있는 지원자들은 영상만 봐도 쉽게 골라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동영상 오디션이라고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1차 동영상 제출은 일종의 일방통행식 면접이기 때문에 상호 소통보다는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전달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출연했던 공연 촬영 영상을 그대로 제출하거나 음향 간섭이나 소음이 생기는 거실, 화장실, 야외 등에서 촬영하는 것은 지양하고 이왕이면 방음이 된 연습실에서 배경음악과 목소리를 잘 배합해서 촬영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PC로 보기 때문에 이왕이면 가로 모드로 촬영하고 노래의 경우 전신보다는 표정을 가까이 담는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가장 경계하여야 할 것은 영상과 음향을 사후 인위적으로 편집하는 행위다. 영상을 이어붙이고 딥페이크 같이 이미지를 왜곡시키거나 오토튠을 사용해 목소리를 윤색해서 제출하는 부정 사례가 발견되면 탈락은 물론이지만 어차피 2차 오디션에서 바로 들통날 수밖에 없다. 비대면이란 우리가 대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대안일 뿐, 진실을 치장하거나 가릴 수 있는 가면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두 다 조금씩은 불편하지만 얼굴을 맞대며 서로를 발견하는 기쁨이 있고 낯선 인연을 찾는 ‘코러스 라인’의 대면 오디션이 곧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조용신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