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에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6일 TV토론에서 맞붙었다. 단일화 여론조사를 눈앞에 둔 만큼 두 후보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안 후보는 범야권 대통합을 위해 조건 없는 양당의 합당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먼저 입당하라”면서 안 후보가 입당하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측 요구를 수용하겠다며 역으로 제안했다.
오 후보는 서울 영등포구 KNK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입당을 결심해주시면 화답 의미에서 안 후보 측이 주장하는 경쟁력 조사 방식의 여론조사에 동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양측은 여론조사 문항에 ‘적합도’와 ‘경쟁력’ 중 어느 것을 넣을 지를 두고 수싸움을 이어왔다.
안 후보는 오 후보의 입당 제안에 직답을 피하고 “제가 시장이 돼 낮은 자세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합쳐서 더 큰 기호 2번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시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서 열심히 뛰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국민의힘과의 합당 자체를 일축해왔던 안 후보는 이날 토론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적으로 합당을 제안했다. 이는 17~18일 예정된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지지를 끌어내 승리하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합당 카드로 안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주목하고, 소속 정당보다 서울시장 탈환 및 정권 교체에 방점을 찍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합당 추진 발표가 진정성 없는 선거 전략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 국제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입당하라고 할 때는 국민의힘 기호로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한 사람인데, 갑자기 무슨 합당이니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오 후보가 “안 대표의 리더십은 축소 지향의 리더십”이라고 공격하자, 안 후보는 “큰 당에 속했다면 편하게 정치하고, 떠나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며 “제가 가는 길이 너무나 힘든 길이어서 다른 당으로 가시는 분들에 대해 제가 섭섭하기는커녕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었다”고 응수했다.
안 후보는 여당이 제기한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대해 물으며 오 후보를 몰아세웠다. 오 후보는 자신이 관여한 바가 있다면 후보직을 내놓겠다며 사퇴까지 언급했다. 그는 “보금자리지구 지정에 대해서 당시 (저에게) 지시를 받았거나 압력받은 걸 경험한 서울시 직원과 서울토지주택공사직원이 있다면 양심선언을 해달라”며 “한 분이라도 있으면 바로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했다.
토론 이후 양측의 단일화 실무 협상단이 만났지만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들은 “좀 더 논의해야 한다”며 17일 오전 회동을 재개키로 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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