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면담 형식으로 조사했다고 16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의 장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면담 형식으로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당시 대화 내용을 담은 조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 지검장을 만난 적 있느냐”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의 질문에 “이 지검장 변호인을 통해 면담 신청이 왔고 공수처 청사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면담은 공수처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이첩 받은 직후인 지난 7일 이뤄졌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이 지검장 변호인이 동석했다. 김 처장은 “사건 기초조사도 했다.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본인 서명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김 전 차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이 지검장은 사건을 공수처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검찰 조사를 거부해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 수사가 결정된 것도 아니었는데 왜 만나서 해명을 들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처장이 다른 피의자들도 다 면담할 것이냐”고 말했다. 공수처는 면담 후 검찰로 사건을 돌려보냈지만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수처는 “면담은 적법절차를 준수했고 검찰에 모든 서류를 송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공수처가 보낸 기록에는 면담했다는 사실 등만 첨부돼 있고 면담내용을 기재한 서류나 조서는 없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수사준칙상 조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지만 이유를 별도로 기록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준칙에선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를 적도록 돼 있다.
김 처장은 국회에서 “공수처가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게 (이 지검장의) 핵심주장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면담 자리의 적절성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지검장은 “공수처 수사에 대해 답변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