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관련해 여야가 16일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와 LH 특검·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부동산 투기 발본색원’이란 명분 앞에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형국이다.
하지만 큰 틀 합의에도 여야가 추가로 풀어야 할 쟁점, 특히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곳곳에 산적해 있다. 먼저 전수조사를 진행할 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검 수사 대상 등을 놓고도 여야 간 기 싸움이 예상된다.
여야는 국회의원 전수조사 주체로 ‘제3의 기관’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해 감사원, 시민단체 등이 물망에 오른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립적, 객관적이면서 능력 있는 기구를 설치하거나 현재 존재하는 기관을 통해 진행하는 방안이 있다”며 “야당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 청구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을 전수조사 주체로 고려하고 있다.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 5당은 국회 내 조사기구 설치 또는 권익위 조사 의뢰를 제안한 상태다.
전수조사 대상을 놓고도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4월 재보선 출마 후보와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청와대까지 조사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행은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현재 청와대 행정관까지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야당이 그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면 국회가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LH 특검은 여야 모두 3월 내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특검법 발의·처리에 이어 특검이 임명돼 정식 조사에 착수하기까지 약 한 달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전까진 정부 합동수사본부가 수사를 진행한 뒤, 특검에 그 결과를 이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여기서도 쟁점은 있다. 특검 수사 대상을 어디까지 설정하느냐다. 국민의힘은 3기 신도시 전체 토지거래자를 전부 수사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야당과 조율해 특검 수사 범위를 만들고 합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실효성에 대한 여야 입장도 엇갈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LH 파문의 근원지인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토지거래자 전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수용한다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 대행은 “국회 인력으로 개인정보를 일일이 검증할 수 있을지는 고민”이라며 “좀 더 깊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야의 ‘LH 강공’이 4월 재보선을 의식한 보여주기용 카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여야는 국민적 공분이 일어났던 ‘국회의원 자녀 입시’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보유주식 의혹’ 등의 사안에서 전수조사를 추진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실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권익위 등 외부 기관이 실행한 경우에도 징계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다.
양민철 박재현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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