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추미애, 김어준만 큰소리… 민주당, 중도 스피커가 없다

입력 2021-03-17 00:02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중도층 민심이 떠나면서 문재인정부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중도층 민심을 대변할 스피커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나서는 건 친문(친문재인) 강경파뿐이어서 여권 내 자성과 대안 제시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여권 내에선 여전히 적폐청산·개혁몰이와 네거티브 선거운동만 분출하면서 민심 이반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2015년 말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간 혁신 전당대회 개최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다 대규모 탈당 사태를 겪었다. 이후 안 의원은 2016년 2월 김한길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당내 반문(반문재인) 의원들이 탈당에 동참하면서 당은 친문 세력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러다보니 최근 당내에서는 주류에 반하는 목소리가 사실상 사라졌다. 소장파였던 금태섭 전 의원은 탈당했고, 김해영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박용진 조응천 의원은 극성 지지층의 맹비난에 시달리다 목소리를 대폭 줄인 상태다.

결국 여권 내 스피커는 모두 친문 세력이 독차지하게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하루 10개 안팎의 글을 올리며 지지층 결집을 독려하고 있다. 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야권 재보선 후보들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역시 강경파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LH 사태 등에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내고 있다. 추 전 장관은 16일에도 “부동산 적폐청산의 궁극적 목표는 헌법에 명시된 토지공개념을 구체적 법률로 구현하는 일”이라며 “개헌을 통해서라도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밖의 여권 스피커 역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어준씨 등 친문 일색이다.

민주당 역시 집권 4년 내내 적폐청산과 개혁만 외치는 형편이다. 상처받은 민심을 달래기보다 투기세력을 적으로 상정해 지지층 결집에만 힘을 쏟는 것이다.

최근 재보선 판세가 야권에 기울자 네거티브전마저 본격화됐다.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스는 내 것이 아니다’고 한 MB와 서울 내곡동 (국민임대주택지구) 지정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것이라는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거짓말과 교묘한 사익추구로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고 비난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는 불공정을 혁파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문재인 대통령) “촛불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국민에게 공정과 정의를 돌려드려야 한다”(추 전 장관) 등 고비 때마다 정부가 촛불정신을 언급하는 것도 중도층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범여권 관계자는 “촛불시위는 그야말로 국민적인 현상이었는데,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 요구에만 촛불정신을 언급하며 선별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국이 졸면 물을 더 부어 간을 맞춰야 하는데 민주당은 너무 졸아 소금기(강성 친문)가 많은 상태”라며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원래 중도·합리층을 대변해 왔으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지지층에게만 기대는 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