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또다시 말폭탄을 던지며 남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은 16일 담화를 통해 남측에 한·미 연합훈련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남기구 정리, 군사합의 파기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 새 행정부를 향해서도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시작부터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북측이 트집 잡은 훈련은 지난 8일 시작된 연례적 훈련이다. 북측 반발을 감안해 참가 규모도 최소화했다. 게다가 야외기동 없이 컴퓨터로만 진행하는 훈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북측은 남측이 훈련 실시로 ‘붉은선’을 넘었다고 뒤집어씌웠다. 한·미 군에 필수적인 훈련을 아예 하지 말라는 주장은 억지일 뿐이다. 훈련 폐지가 아니라 차라리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게 더 솔직한 모습일 게다.
이런 북한도 어이없지만 우리 정부의 저자세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통일부는 담화가 나오자 “연합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훈련이 한반도 평화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했다. 북측의 부당한 주장을 적극 반박하기는커녕 납작 엎드린 것이다. 그럼 국방부라도 군사합의 파기 협박을 엄중히 비판해야 할 텐데 국방부 역시 방어적 훈련임을 강조하기에 급급했다. 북측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매번 이런 식으로 나오니 북측이 점점 더 기고만장해지는 것이다.
이번 담화는 다분히 미 국무·국방장관의 17일 방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남측을 때려 미국을 움직이겠다는 의도일 테다. 하지만 그런 뻔한 노림수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북측이 그런 구태의연한 전술을 포기하고 오히려 대화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달라질 것이다. 마침 백악관이 15일 “북핵 문제는 외교가 항상 최우선 순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과 대화로 핵 문제를 풀 의지가 있음을 확인시킨 것이다. 그러니 북한도 이제는 대화에 응하는 게 수순이다. 북측이 다시 찾아온 대화 기회를 또 걷어찬다면 점점 더 고립으로 치달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사설] 김여정의 협박성 요구에 또 저자세 보인 정부
입력 2021-03-1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