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귀퉁이에 놓인 단독주택촌. 주택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골목길은 더이상 하수도 구정물이 차오르던 옛길이 아니었다. 갈라지고 때에 찌든 콘크리트 바닥은 네모반듯한 타일로 대체됐다. 어른 키만큼 높았던 시멘트 담장 자리엔 가슴 아래로 낮아진 돌담이 들어섰다(사진).
서울시는 연남동 경의선숲길 주변(동교로51길)의 낙후 골목길 ‘세모길’의 골목길 재생사업을 마무리했다고 16일 밝혔다. 수년 전 수익성 부족으로 재개발사업이 무산된 뒤 폐허처럼 방치돼온 골목길을 2018년부터 고쳤다.
연남동 세모길은 만들어진 지 30년도 넘은 낡은 골목길이었다. 비라도 오면 하수관에서 오수가 넘쳤고 주민들은 악취에 시달렸다. 갈라진 콘크리트 바닥과 보도블럭 틈새엔 검은 오물이 쌓였다.
길을 따라 늘어선 주택 60여곳도 골목길과 함께 낙후됐다. 도시가스조차 공급되지 않아 연탄을 때는 집이 더 많았다.
골목길 재생 이후 골목이 번듯해졌다. 어둡고 더러웠던 바닥과 담장은 밝게 바꾸고, 삐뚤고 울퉁거렸던 길은 곧고 평평하게 다졌다.
보이지 않는 불편함도 개선됐다. 땅속의 노후 하수관을 교체해 하수도 범람을 방지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일부 비용을 지원해 주택마다 도시가스관을 연결했다. 몇몇 주택은 카페로 바뀌면서 동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연남동 세모길 밖에도 오래된 골목길들이 살아나고 있다. 서울 골목길 재생사업 선정지 총 46곳 가운데 10곳이 사업을 마쳤다. 용산구 후암동, 종로구 운니·익선동, 중구 장충동2가, 마포구 합정동, 영등포구 신길3동, 성동구 용답동이 대표적이다.
골목길 재생사업은 ‘면’ 단위가 아닌 ‘선’ 단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기존 도시 재생사업과 다르다. 골목길을 따라 500m~1㎞ 이내로 추진돼 예산과 시간이 적게 든다. 3년간 마중물 사업비 10억원이 지원된다. 서울시는 “작지만 실속있는 변화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공통으로 열악한 보행환경과 골목 경관을 개선했다. 난간 없이 낡고 경사져 오르내리기 힘들었던 골목에는 계단을 설치하고, 야간시간대 안전한 보행을 위해 가로등도 교체했다. 아울러 골목길 담장을 낮추고 낡은 대문을 새로 바꿨다. 보이는 소화기 및 CCTV 등 안전시설도 확충했다. 개별 집수리도 함께 이뤄졌다.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사업에 선정된 총 21개 주택이 지원금을 받고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