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위원장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노사정 협의를 앞두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라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다. 경영계에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날 선 대치를 예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사안에 대해 노동계가 후퇴하거나 물러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3년 연속 1.0~2.0%대 인상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한국노총이 ‘1만원 이하’ 인상안을 내놨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두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목표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양 위원장은 “다음 달에 인상 요구안을 정하겠지만, 1만원 이하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가 1만원 공약을 실현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노동계가 후퇴할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최초 요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에도 최저임금 요구안 마련을 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두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경영계의 주장을 반박하며 각을 세웠다. 지난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최저임금(8590원)도 받지 못한 노동자 수가 319만명으로, 2019년(338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급증한 것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며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 통계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있다”며 “오히려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가 줄고 있다는 통계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계가 스스로 유리한 측면에서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정권과 비교해 높지 않으므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최저임금도 안 준 건 법에 어긋나는 행위인데 경영계가 스스로 시인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통상 공익위원이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을 결정하므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양 위원장은 “공익위원 9명 모두 정부가 추천하는 현행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며 “노동위원회의 경우 경영계와 노동계가 공익위원 추천권을 갖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달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