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반드시 열겠다”… 양대 노총, 엄포

입력 2021-03-17 04:02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가진 양대노총 지도부 상견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위원장은 1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양대 노총 위원장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노사정 협의를 앞두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라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다. 경영계에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날 선 대치를 예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사안에 대해 노동계가 후퇴하거나 물러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3년 연속 1.0~2.0%대 인상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한국노총이 ‘1만원 이하’ 인상안을 내놨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두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목표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양 위원장은 “다음 달에 인상 요구안을 정하겠지만, 1만원 이하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가 1만원 공약을 실현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노동계가 후퇴할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최초 요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에도 최저임금 요구안 마련을 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두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경영계의 주장을 반박하며 각을 세웠다. 지난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최저임금(8590원)도 받지 못한 노동자 수가 319만명으로, 2019년(338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급증한 것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며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 통계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있다”며 “오히려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가 줄고 있다는 통계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계가 스스로 유리한 측면에서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정권과 비교해 높지 않으므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최저임금도 안 준 건 법에 어긋나는 행위인데 경영계가 스스로 시인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통상 공익위원이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을 결정하므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양 위원장은 “공익위원 9명 모두 정부가 추천하는 현행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며 “노동위원회의 경우 경영계와 노동계가 공익위원 추천권을 갖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달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