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스바겐 선언에 K배터리 충격… LG·SK 지혜 발휘하라

입력 2021-03-17 04:05
글로벌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이 15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전기차의 80%에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하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폭스바겐의 선언은 그간 주력이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전기차 업체 CATL과 자체 투자 기업인 스웨덴 전기차 업체 노스볼트의 각형 배터리 탑재를 늘리겠다는 의미다. 매출의 40%가 넘는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유럽 시장도 겨냥한 측면이 있지만 LG와 SK의 장기간 계속된 법정 다툼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K배터리를 자랑하며 세계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던 국내 배터리 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16일 관련 업계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이런 와중에 LG와 SK는 서로 깎아내리기 경쟁이라도 하듯 상대방을 공격하고, 네 탓 공방만 하며 지루한 다툼을 계속하고 있어 볼썽사납다. 특히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인 오는 4월 11일을 앞두고 두 회사는 상대방을 폄훼하면서까지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힘을 합쳐 해외 시장을 개척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죽기 살기식으로 싸우는 걸 보면 안타깝고 답답하다.

두 회사의 다툼은 LG가 2019년 4월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자사 인력을 빼갔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월 LG의 최종 승리로 결론 난 ITC 결정 이후에도 두 회사는 자사 입장만 내세워 배상금 협상 등에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그동안 몇 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은 무시해버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의 자사 이기주의에 잘나가던 K배터리는 타격을 입고,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