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공약한 안심소득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시그니처 정책인 기본소득의 ‘보수 버전’이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소득·자산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이지만, 안심소득은 특정 소득기준선(중위소득 100%)에 못 미치는 계층에게만 선별 지원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가 출범한 이후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기본소득을 1호 정책으로 명시했다. 4·7 재보선 이후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보수진영에서 기본소득의 대안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안심소득제는 중위소득 100%(4인 가구 기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선 이하 소득분의 50%를 지원해주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연소득 3000만원을 버는 4인 가구의 경우 1500만원을 서울시에서 지원해주는 식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지원금은 늘어나는 구조다. 고소득자와 자산가들에게 저소득층과 똑같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선별 지급’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오 후보는 최근 “기본소득은 다 똑같은 돈을 나눠주다 보니 가난한 분은 너무 적은 돈을 받고, 부자는 굳이 안 받아도 되는 돈을 받는데 이걸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안심소득은 하후상박(下厚上薄), 밑으로 내려갈수록 많은 지원을 받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안심소득 지급까지는 두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복지체계 수술과 대규모 예산 조달이다. 오 후보 측 설명을 종합하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주거·자활급여, 근로·자녀장려금 등 저소득층 대상 5개 복지제도를 통폐합해 ‘증세 없는 기본소득’을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의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안심소득 총비용은 약 11조3000억원, 5개 복지제도 예산을 통폐합할 경우 순증 예산은 약 4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대 300조원이 필요한 기본소득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증세 논의를 배제한 채 재원을 조달하려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안심소득은 기본소득과 달리 현금성 복지나 비과세·감면 제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기본소득보다 반발은 덜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적잖은 준비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오 후보 측은 당장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게 아니라 향후 3년간 서울지역 200가구(총 150억원 규모)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먼저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 후보 측은 15일 “시범사업을 하면서 부작용은 없는지 점검하고, 중앙정부와 예산 협의가 가능한지 등을 타진해본 뒤 구체적인 재원 계획과 시행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심소득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기준선을 두고 차액을 보충해주는 방식이 되레 저소득층의 근로 유인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기준선에 모자라는 차액을 지급하면 소득 활동을 하지 않아야 최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많은 나라가 중위소득 기준 최대 50% 계층까지만 차액을 지원하고, 그 이상은 근로장려금을 지급해 근로의욕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총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근로 의욕을 더 높여준다는 반론도 있다. 학계에서 안심소득 논의를 주도하는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안심소득은 저소득층에게 현 제도보다 더 강한 근로유인을 제공한다”며 “소득 격차와 양극화도 줄일 방안”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서울시장빅3 후보, 차별화 공약 뜯어보기]
▶①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