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오는 25일 시행된다. 올해 수능부터 국어와 수학 영역이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개편되고 EBS 연계율과 연계 방식을 바꾸는 등 큰 폭의 변화가 예정돼 있다. 고3 수험생이든 학부모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이다.
이번 학력평가는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모의평가는 아니다. 재수생을 빼고 치르는 시·도교육청 주관 학력평가지만 예년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뀐 수능 방식으로 처음 치르는 전국단위 시험이기 때문이다.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문과와 이과가 수학에서 처음으로 경쟁하게 된다. 지난 수능까지는 이과의 경우 가형, 문과의 경우 나형을 치러 왔다. 리그가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가·나형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수험생들이 수학Ⅰ과 수학Ⅱ를 공통과목으로 치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세 과목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공통과목에서 문·이과생이 같은 문항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문과와 이과가 통합 리그에서 순위 싸움을 벌이도록 한 것이다.
문과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지 아직 알 수 없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조정점수를 부여해 격차를 줄일 계획이다. 조정점수는 선택과목 응시집단 규모와 수준, 공통·선택과목 난이도 등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번 학력평가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고3 수험생들이 어떤 과목을 얼마나 고를지 선택과목 응시집단 데이터가 처음으로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입시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수험생 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문과생 95.3%가 ‘확률과 통계’를 선택했고 기하와 미적분은 각각 3.5%와 1.2%였다. 이과생의 경우 미적분 72.4%, 기하 21.3%, ‘확률과 통계’ 6.3% 순이었다. 문과생은 ‘확률과 통계’, 이과생은 미적분 혹은 기하로 뚜렷하게 갈린다.
이과생의 경우 재수생들이 미적분에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미적분과 기하 사이에서 고민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변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공보다 대학 간판을 중시하는 이과생의 경우 전략적으로 ‘확률과 통계’를 고르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난이도는 어떨까. 학력평가 문항은 평가원이 출제하지 않기 때문에 난이도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다만 입시 전문가들은 실제 수능에선 공통과목에 변별력 있는 문항을 집중 배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선택과목에서 난이도 차이가 심각하게 발생하면 교육부와 평가원이 비난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 수 있어서다.
이과생들을 의식해 공통과목이 문과생들이 치러왔던 수학 나형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물론 평가원이 학력평가와 모의평가에서 드러난 수험생의 학력 수준을 분석해 실제 수능의 난이도를 설정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난이도 예측은 무의미하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능은 많이 바뀌는데 학력평가로 예측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학력평가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수험생 본인의 준비 상태를 점검하는 용도로 활용하라고 입시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번 학력평가는 공통과목인 수학Ⅰ과 수학Ⅱ의 모든 범위에서 출제된다. 선택과목은 일부만 시험범위에 포함돼 있다. 수학 문항 배열을 보면 1~22번은 공통과목, 23~30번은 선택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배점은 공통과목 75%가량, 선택과목 25%가량으로 설정돼 있다. 공통과목의 준비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더구나 올해 고3 수험생은 코로나19로 고2 때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어느 해보다 중요할 수 있다.
국어 영역도 ‘공통+선택과목’ 방식으로 바뀐다. 국어의 공통과목은 독서, 문학이다. 선택과목은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다. 공통과목 34개 문항, 선택과목 11개 문항이 출제되며 배점은 각각 75%가량, 25%가량이다. 국어의 경우 수학처럼 문과생과 이과생의 실력차가 뚜렷하지 않다. 선택과목도 수학처럼 문·이과가 극명하게 갈리지 않는다. 종로학원 조사를 보면 문과생은 ‘언어와 매체’ 57.6%, ‘화법과 작문’ 42.4%로 나타났다. 이과의 경우 ‘언어와 매체’와 ‘화법과 작문’이 각각 51.2%와 48.8%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국어와 수학 등 특정 영역의 난이도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졌다면 (공통+선택과목으로 구성되는) 선택형 수능에선 영역별 난이도뿐 아니라 선택과목별 난이도, 선택과목별 지원자 수 등 여러 변수가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며 “수험생들은 여러 차례의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EBS 연계율 하락과 맞물려 과목별 출제 패턴도 잘 익혀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