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대교회(박병주 목사)로 향하는 길목엔 공무원시험과 임용고시 학원이 즐비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학원가가 있다. 고시원 간판과 묵직한 책가방을 멘 청년들 사이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언덕 위로 교회가 보인다. 교회는 1954년부터 이곳에서 ‘소나무 위에 학이 깃든 언덕’이라는 뜻의 옛 마을 이름 ‘송학대’를 지키며 지역사회를 섬겨왔다.
지난 11일 교회에서 만난 박병주(47) 목사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이지만 생김새가 다 다르듯 교회도 각 지역의 필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며 “우리 지역의 약자들에 시선을 두고 서툴지만 그들의 곁에 있어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광성교회에서 전도사로, 아가페교회와 안산제일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다.
2017년 송학대교회에 부임한 박 목사는 지역사회 소외된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고시생들이었다. 교회 성도인 고시생과 고시원 운영자들에게 인근 고시생의 상황과 필요를 듣고 2018년부터 ‘고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명프로젝트는 설날과 추석 등 명절마다 본가에 가지 못하고 공부하는 고시생 120여명에게 직접 요리한 명절 음식을 전달하는 사역이다. 코로나19 이후엔 음식 대신 식권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교회는 올해 ‘하늘이삭줍기’ 사역을 시작했다. 동작구에 있는 보육원인 서울성로원의 아이들과 한 명씩 결연해 자립 자금을 지원하는 사역이다. 현재 200여 가정이 매달 1만~5만원의 금액을 결연한 아이들이 독립 후 사용할 수 있는 통장에 적립하고 있다. 교회는 서울 주사랑공동체의 베이비박스의 사역에도 동참한다.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거나 보육원으로 안아서 옮겨주는 등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때 요청하면 교회 성도들이 참여한다. 매년 연말에는 2000여만원의 헌금을 전액 교회 인근 취약계층을 위한 긍휼 사역에 쓴다.
박 목사는 “저희가 찾아간 기관들 대부분 이미 돕고 있는 교회나 기관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저희가 처음 찾아왔다고 말하는 곳이 많았다”며 “계속해서 필요한 곳을 발굴하고 우리의 참여를 앞세우기보단 꼭 필요한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교회로 찾아온 어려운 이들도 환대한다. 교회는 노숙인 사역을 하며 노숙인들과 함께 다닐 교회를 찾던 동작경찰서 경위 이성우 집사를 받아들여 노숙인을 위한 ‘겨자씨교구’를 세웠다. ‘방배동 모자 사건’의 아들인 최모씨도 이곳에서 교회와 성도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교회는 노숙인에게 주거공간 생필품 병원비 등을 지원한다. 노숙인들은 매주 토요일 교회 자원봉사팀이 해주는 밥을 먹고 담당 교역자와 성경공부를 한다.
교회의 환대는 노숙인들의 참여로 돌아왔다. 겨자씨교구 노숙인 성도들은 2018년부터 매주 교회 이름이 적힌 띠를 두르고 거리를 청소하며 전도한다. 교구 담당 이동범 부목사는 “겨자씨교구 성도들이 매주 청소를 하니 관심 있게 보던 이웃들이 이들을 기억하고 안 나오면 ‘왜 오늘은 안 오냐’고 찾을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인식이 좋아졌다”며 “책임감도 생기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과거에 어울리던 다른 노숙인들도 선한 영향을 받아 교회로 찾아오곤 한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섬김 사역이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장년은 물론 청년부의 사역도 성도들의 직접 참여로 진행된다. 고명프로젝트는 청년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따로 모금한 헌금에 교회의 재정을 보태 진행한다. 명절 음식도 청년들이 직접 준비하고 도시락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겨자씨교구에 음식을 대접하는 봉사팀도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자고 해서 탄생했다.
자발성을 중시하는 만큼 참여가 어려운 성도들을 배려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박 목사는 “형편이 어려운 성도들이 혹여나 봉사나 후원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참여 요청도 최대한 절제해서 하고 참여자 명단과 후원금액 등을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들도 작게나마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나님의 이야기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교회’라는 사명처럼 교회는 지역사회에 하나님의 이야기를 삶으로 보이기 위해 힘쓴다. 박 목사는 매주 20시간씩 주일 설교를 준비하며 성도들의 마음에 말씀을 심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성도들이 성경을 정말 사랑하고 예수께서 주시는 마음의 뜨거움을 받아 제자로서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교회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삶으로 사랑을 드러내 지역주민과 세상의 어려운 이들이 하나님의 나라로 건너올 수 있는 징검다리와 같은 교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웰컴 투 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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