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성도가 면담하던 중에 이와 같이 고백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싶어요.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럴 수 없어요. 형편 때문에 헌금도 마음껏 드릴 수 없어요. 일하느라 바빠서 봉사도 못 해요. 이웃을 섬기는 일은 꿈도 못 꿔요. 하나님께 죄송해요.”
그분은 하나님 뜻대로 살고 싶어 하는 귀한 성도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형편과 처지가 하나님 일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여겼습니다. 그 성도만 그런 게 아닙니다. 누구도 하나님 앞에 자신 있게 설 수 없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 보낸 편지에서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하나님과 함께 거하라고 말합니다. 부르심은 소명을 가리킵니다. 소명은 하나님께서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 부르시는 것입니다. 소명은 또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게 하려고 일꾼으로 부르시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본문의 단락은 17절부터 24절까지인데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라는 말이 세 번이나 나옵니다. 17절에서 “주께서 각 사람에게 나눠 주신 대로 하나님이 각 사람을 부르신 그대로 행하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신 그대로 행하라고 하면서 “주께서 나눠 주신 대로”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주께서 나눠 주신 것이란 은사를 말합니다. 주님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할 수 있도록 은사를 주십니다. 주께서 주시는 은사를 사용해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게 하십니다. 가난한 자리에 있어도, 약한 자리에 있어도 주께서 주신 은사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20절에서는 “각 사람은 부르심을 받은 그 부르심 그대로 지내라”고 합니다. ‘부르심’이 두 번 나오는데 앞에 나오는 ‘부르심’은 소명을 말하고, 뒤에 나오는 ‘그 부르심’은 현재의 신분이나 처지나 형편을 말합니다. 유대인이든지 헬라인이든지, 자유인이든지 노예이든지, 자신이 처한 형편 안에서 하나님께 받은 소명을 힘써 행하라는 말씀입니다.
종교개혁가들은 이 구절을 근거로 ‘모든 직업이 성직’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목사만이 성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도둑이나 강도나 사기꾼처럼 사회에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모든 직업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성스러운 직업입니다. 환경미화원은 거리를 깨끗하게 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소명을 이루는 일이고 성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음식점 주인은 좋고 맛있는 음식을 파는 것이 성직을 수행하며 소명을 이루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직업이 성직입니다. 누구나 성직을 수행하며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24절에서는 “너희는 각각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하나님과 함께 거하라”고 합니다. 하나님과 함께 거한다는 말은 하나님의 뜻대로 산다는 뜻입니다. 출애굽기 40장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성막(성전)을 건축했습니다. 성막을 세우는 이야기는 성도가 어떤 삶을 세워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상징입니다. 예수님 이후에는 하나님의 영이 성도 안에 임하셔서 성도가 성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고전 3:16) 성막 이야기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되니라”는 문장이 계속 나옵니다. 하나님의 명령대로 사는 것이 성도가 성전답게 사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 말씀대로 성막을 만들자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났습니다. 말씀대로 행하자 하나님께서 항상 동행하셨습니다. 각각 부르심을 받은 그대로 말씀을 따라 살면 하나님께서 함께하십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주께서 주신 은사로, 말씀대로 살아가는 귀한 성도님들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백상엽 길벗교회 목사
◇길벗교회(예수교대한성결교회)는 예수께서 가신 ‘길’을 따르는 ‘벗’들의 모임입니다. 길벗교회는 교인이 주체인 건강한 교회, 말씀대로 살아가는 성숙한 성도를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