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챔프전)에서 ‘0%의 기적’을 이룬 팀은 용인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은 5차전 혈투 끝에 구단으로서는 15년 만에, 정규리그 4위로는 여자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삼성생명은 15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의 챔프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74대 57 대승을 거뒀다. 앞서 1·2차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손쉽게 우승하는 듯했던 삼성생명은 3·4차전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심기일전 하고 나선 5차전에서 승리하며 전적 3승 2패로 통산 6번째 챔프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삼성생명은 2006년 여름리그 이후 14년 8개월 동안 진출한 7번의 챔프전에선 준우승에 그쳤지만, 8번째 챔프전에서 드디어 우승을 가져왔다.
삼성생명의 우승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PO) 진출팀이 상위 3개 팀에서 4개 팀으로 변경된 덕을 톡톡히 봤다. 정규리그 4위(14승16패)로 5할이 안 되는 승률로 플레이오프에 올라왔지만 정규리그 1위 아산 우리은행에 승리하며 챔프전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규정 변경보다 우승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삼성생명의 투지와 조직력이다. 앞서 4차전까지 2경기나 연장까지 갈만큼 치열하게 싸웠지만 체력과 정신력이 좀더 강했던 팀은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 선수들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한 발 더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삼성생명은 유기적인 패스로 KB보다 5개 더 많은 18어시스트를 만들어내는 조직력을 보였다. 그리고 김한별과 배혜윤이 골 밑을 책임지며 37득점을 합작해냈다. 둘은 골 밑에서만 59%의 득점 성공률을 보이며 높은 효율을 가져왔다. 동시에 외곽에서도 불을 뿜었는데, 김단비와 김보미가 시도한 3점 슛 10개 중 6개가 림을 갈랐다.
KB스타즈는 삼성생명의 수비에 막혀 박지수가 턴오버 6개를 범하면서 무너졌다. 이날 23개의 3점 슛 시도 중 단 5개만 성공하면서 부진한 득점력을 보였다. 그나마 박지수는 17득점 16리바운드를 해냈지만 다른 선수들은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삼성생명은 4쿼터 승부처에서 베테랑 김보미가 페인트존 2연속 득점에 이어 3점 슛까지 성공시키면서 KB스타즈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김한별이 자신보다 18㎝ 큰 박지수 앞에서 보란 듯 2연속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68-51, 17점 차를 만들어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한별은 22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기자단 투표 85표 중 66표를 받아 자신의 커리어 첫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사령탑으로서 첫 챔프전 우승을 맛본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경기 후 “힘들었지만,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힘든 상황에도 끝까지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한별은 팀에서 가장 공격적인 선수다. 선수들이 모자란 투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김보미는 서른여섯 먹은 선수가 몸을 사리지 않은 게 선수들의 의지를 깨워줬다”고 칭찬했다. 그는 또한 “선수들 부상 때 힘들었다. 운영할 때 삐걱거리며 맞지 않을 때도 있었다”며 “5차전은 정공법밖에 없었다. 같이 힘든 상황이지만, 뛸 수 있는 선수가 있으니 빠른 공격을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용인=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