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된 지 두 달 반이 지난 가운데 법조계에선 경찰에 접수된 사건 처리가 과거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비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등 절차까지 지연돼 효율적인 법 집행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도기 상황에서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안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월 일선 청이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줄어들었다. 한 검찰청의 경우 7700여건이던 송치 사건이 4600여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혐의없음 등으로 불송치 결정한 사건은 지난해 1~2월 2400여건이었지만 지난 1~2월에는 1200여건을 기록, 절반 수준이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수사를 촉구하는 등의 지휘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형사사건 변호인들 사이에선 수사 지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기 피해자를 대리하는 A변호사는 지난해 9월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뒤 피해액이 5억원 미만이어서 지난 1월 일선 경찰서로 사건이 이송됐음을 통보받았다. 수사 현황을 묻는 말에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상표법 위반 사건을 맡은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지난해 초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지난달 검찰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왔다. 통상 두 달이면 끝날 사건인데 1년이 넘어 피해자가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향후 보완수사 증가 등으로 경찰의 업무 부담 과중, 사건처리 지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해 경찰에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요구하게 되면 증거 희석, 공소시효 도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한 달간 검찰에 송치한 사건 가운데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3.1%에 불과해 형사소송법 개정 전 재지휘율 3%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하지만 애초 송치한 사건이 적었고, 재수사 요청 기한이 90일인 만큼 검찰에선 이 수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사법경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처리할 사건은 많아지고 책임도 막중해져 경찰서 수사 베테랑들이 수사 업무를 기피하는 경향도 생겼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이 조정되고 3년은 지나서 일선에 돌아오자는 말까지 나온다”며 “부실 수사 1호로 코 꿰는 걸 두려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체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검경의 연결고리인 수사지휘권마저 잘라놓으니 협력해야 할 기관이 따로 노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구승은 신용일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