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를 놓고 후보들 간 발언이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각각 “최악의 야권 분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깎아내렸다. 안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야권이 힘들 때 어디 계셨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이라며 즉각 응수했다.
17~18일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를 앞두고 두 후보 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자 발언 수위도 점차 높아진 것이다. 다만 양측은 19일 예정된 야권 단일화 만큼은 꼭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무협상단도 16일 TV 토론회 개최를 협의하며 단일화 논의를 진전시켰다.
오 후보는 15일 국민의힘 4·7 재보선 중앙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안 후보로 단일화되고 당 외곽 유력 대권주자가 결합하면 내년 대선은 야권 분열 상태로 치러지는 최악의 대선이 될 것”이라며 안 후보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아우르는 ‘더 큰 통합론’을 공격했다.
김 위원장도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시장 노릇은 어떻게 할 거냐”며 안 후보를 직격했다. 여론조사 문항에서 당 기호와 이름을 내는 게 상식이라며 “그런 걸 다 빼자고 하는데 그렇게 자신이 없는 사람이 무슨 출마를 하려고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안 후보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정말 모욕적”이라며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단일화 일정에 맞춰 토론하자고 했을 뿐 토론을 피한 적은 없다며 “많은 야권 지지자가 김 위원장의 옹고집과 감정적 발언에 한숨을 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전날 오 후보의 ‘야권 분열을 잉태할 후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단일화 협상 상대에게 할 수 있는 말이냐”며 “지난해 야권이 힘들 때 어디 계셨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이 할 말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두 후보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단일화가 막판에 어그러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삼자 대결 구도로 서울시장 선거가 진행돼도 오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설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 상태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13~14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삼자 대결에서 오 후보는 35.6% 지지를 받아 박 후보(33.3%)를 오차범위 안에서, 안 후보(25.1%)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두 후보는 오후 열린 비전토론회에서 불화설을 일축했다. 단일화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 최근 경쟁이 과열됐을 뿐 단일화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두 후보 모두 그대로라는 것이다. 오 후보는 “제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었다”며 안 후보를 향해 가볍게 목례하며 사과했다. 윤 전 총장이 들어오면 야권이 커지는 게 아니라 분열될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안 후보와 생각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도 “이번 선거를 통해 야권이 크게 합쳐야 한다는 결정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지금껏 한 적이 없다”며 삼자 구도 선거는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양측 실무협상단은 단일화 여론조사 전 방송사주관 TV토론회를 16일 한 차례 여는 것과 2개 여론조사업체에서 여론조사를 하는 데 합의했다. 여론조사 문항 등에 대해선 16일 오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동우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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