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취약계층의 ‘영양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제대로 된 영양 섭취를 못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된다. 취약계층 10명 중 3명은 과일 소비를 줄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비타민 등 필수 영양분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 의료비 예산 지출 증가가 뒤따를 개연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정부의 선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취약계층 중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자 비율은 51.4%에 달했다. 2명 중 1명은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해당 설문조사는 생계급여나 의료급여, 주거지원 등을 받는 이들을 취약계층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를 적용했을 때 지난해 월 소득액이 4인 가구 기준 208만9636원 이하인 이들이 취약계층에 속한다.
소득 감소는 지출 축소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41.0%가 소비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소비를 줄인 품목에는 식료품도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생선 등 어패류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이 45.0%로 가장 많았다. 과일과 가공식품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도 각각 29.9%를 차지했다. 채소를 줄였다는 응답(24.3%)도 높은 편이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취약계층의 식료품 소비액을 고려했을 때 적지 않은 변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약계층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소비지출은 월평균 20만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배를 곪을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8년)’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취약계층은 비타민 A·C,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섭취량이 권장량을 크게 밑돌았다. 필수 영양분으로 신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들이다. 가뜩이나 이런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영양을 보충해줄 과일이나 채소 섭취를 줄인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취약계층이 병에 걸릴 확률(유병률)은 소득이 많은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례로 당뇨병의 경우 취약계층의 유병률은 13.7~17.8%에 달한다. 반면 취약계층보다 소득이 살짝 더 많은 이들만 해도 유병률은 6.4%까지 뚝 떨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양 섭취 불균형은 이 상황을 더욱 심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지원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에 힘을 싣는다. 취약계층을 위한 생계급여가 있지만 현금 지원이라는 점이 맹점으로 꼽힌다. 월세 등이 오르는 상황이라 이것만으로는 식료품 소비 유지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농식품부가 시범 도입한 ‘농식품 바우처’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식품 바우처란 월 4만원씩 일종의 선불카드를 취약계층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이 카드로는 과일, 채소, 흰우유, 계란만 구매 가능하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세종시 등 전국 4곳에서 시범 사업을 시행해 1만8180가구를 지원하는데 그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대상을 9곳으로 늘리고 인원도 더 늘렸다. 앞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코로나發 식량위기를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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