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무원·시의원, 개발정보 빼내 투기… 막대한 차익 정황

입력 2021-03-16 04:02
경찰 수사관들이 15일 경기도 포천시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 물품을 실은 파란 박스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대는 철도 역사 개발 예정지 인근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투기 의혹을 받는 포천시 공무원 근무지와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연합뉴스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산업단지 부동산 투기와 관련,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세종시 현직 공무원과 시의원이 미리 개발정보를 빼내 해당 지역 토지를 구매, 막대한 차익을 얻은 정황이 포착됐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15일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요구하는 익명 제보 4건을 공개했다.

시당에 따르면 세종시 공무원 A씨는 다른 지역에서 근무할 당시 시가 추진하는 대규모 도시공원 정보를 취득, 4000만원을 들여 부동산을 미리 매입했다. 그는 이후 ‘부동산 가격이 매입가의 10배가 넘는 4억~5억원으로 올랐다’고 주변에 자랑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공무원인 B씨의 경우 연서면 와촌리 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되기 전 토지를 매입한 뒤 ‘벌집주택’을 지었다. 시당은 B씨가 최근 세종시 공직자부동산투기신고센터에 자진신고한 공무원과 동일인물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세종시 의원인 C씨는 자신이 지분을 가진 토지에 국가산단 유치가 확정되도록 기여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2018년 연서면 국가산단이 지정되기 전 후보지가 3곳이었는데, C씨가 지인들과 함께 와촌리 부동산을 매입한 뒤 산단 지정이 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시당은 이밖에 분양전환 공공임대 아파트의 추가 입주자를 모집하는 과정에 LH 직원들이 다수 배정받았다는 제보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전 행복도시건설청장 D씨도 퇴임 이후 세종시 토지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D씨는 2017년 11월 말 연서면 봉암리 토지와 경량철골구조물을 매입했다. 이 일대가 국가산단으로 지정되기 9개월 전이다.

연이은 의혹 제기에 경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세종경찰청은 최근 산단 투기 의혹이 불거진 세종시청 6급 공무원 등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공무원은 2018년 2월 아내 명의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토지를 매입하고 ‘벌집주택’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은 LH가 개발하는 대구 연호공공주택지구의 땅을 부인 명의로 산 사실에 대해 자발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 구청장 부인은 2016년 이 땅을 2억8500만원에 사 지난해 말 LH에 3억9000만원에 팔았다. 김 구청장은 “개발 정보는 전혀 몰랐고 주말농장용으로 산 토지”라고 말했다.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도 전국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가족 명의로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 토지 등을 구입한 시흥시의원 A씨와 광명시 6급 공무원 B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철도역사 예정지 인근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투기한 혐의를 받는 포천시 도시철도 연장사업 담당 공무원 C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정현수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