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읍 서평리 일대에 들어선 ‘벌집’ 소유자는 상당수 외지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2018년 5월 이후에 8000만~9500만원을 들여 토지와 건물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벌집이 조성된 시점은 충북도가 2017년 9월 ‘토지거래계약 허가지역’으로 고시한 이후다(국민일보 3월 15일자 1면 참조). 해당 지역에서 250㎡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하려면 청주시 흥덕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들은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땅 지분을 쪼개서 계약 허가대상에서 제외되도록 만들었다.
15일 국민일보 취재진이 이 일대 벌집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토지 329㎡와 건물 28.08㎡인 A벌집의 경우 2019년 7월 9500만원에 거래됐다. 매수자는 3.3㎡(1평)당 100만원 정도를 들여 사들인 것으로, 원래 토지 및 벌집 소유주는 당시 토지가격과 건축비용(2000만원) 등을 고려하면 4~5배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A벌집의 새로운 소유자는 사들이자마자 바로 지분을 쪼개, 2명이 소유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토지 353㎡와 건물 28.08㎡의 B벌집도 2019년 10월 9000만원에 팔렸다. 이 역시 지분은 2명이었다.
이들은 가족·지인과 지분 쪼개기 방법으로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LH 직원들이 신도시 땅을 사들인 방식과 거의 똑같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와 벌집은 개발 확정지로 이른바 ‘딱지’로 불리는 이주자 택지(상가주택용지) 보상을 노린 전형적 수법이다.
이미 오송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인근의 이주자 택지는 수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땅값도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이기 전보다 2~3배, 개발될 것이란 소문이 돌기 전보다는 5배 이상 뛰었다.
오송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개발 예정지의 토지는 평당 200만~250만원을 줘야 한다”며 “지금 사더라도 이 정도 면적은 2억4000만원은 줘야 하는데 헐값에 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역시 “1억원도 안되는 집을 산 사람들은 돈방석에 앉게 됐다. 지금은 매물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한 감정평가사는 “벌집을 매매한 이들은 이주자 택지를 노린 게 확실하다”고 했다.
오송 개발 예정지의 지분 쪼개기는 목돈을 한꺼번에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돈을 모아 땅 투기를 하고, 부동산 보유세 부담도 줄이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또 가족 등에게 증여할 경우 내야 하는 증여세도 줄이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보상 이전에 부동산을 증여하면 보상 이후보다 토지가격이 훨씬 적어 내야 할 세금도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곳 벌집촌은 충북도가 2017년 11월 이 일대를 ‘개발행위 허가 제한지역’으로 고시하기 두 달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 우후죽순 들어섰다. 그리고 2018년 8월 국토교통부의 ‘오송 첨단 바이오·뷰티 산업단지’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