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몰고 온 고용 한파가 이제 막 대학을 나와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에 더욱 가혹하게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 실증분석을 통해서 확인됐다. 졸업 연도의 실업률이 1% 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실질임금은 4.3% 내려가고, 대기업 취업문은 3.5%가량 좁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 여파가 4년은 간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상황 악화가 신규 대졸자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지난해 2~12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5.3% 감소했다. 30세 이상의 취업자 감소율(2.4%)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학업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다’는 청년층 비율도 같은 기간 24% 이상 늘었다.
청년 대졸자 취업의 질도 나빠졌다. 대졸 학력이 필요 없는 단순노무직 등에 취업하는 ‘하향취업’이 지난해 10%가량 증가했으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층도 2배 이상 대폭 늘었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 차장은 “청년층의 하향취업은 단기적으로 임금 하락 등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하며, 낙인효과 탓에 향후 경력개발 과정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한국노동패널의 22년간(1998~2019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규 대졸자가 졸업한 연도의 실업률이 평균(3.5%)보다 1% 포인트 상승할 경우 1~2년차 연간 임금이 4.3%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3~4년차에도 임금손실률이 2.3%에 달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업률(4%)이 22년 동안의 평균 실업률보다 0.5% 포인트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대졸 취업자들의 임금은 2.15%가량 낮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은은 올해 실업률도 4%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학별로는 중·하위권 및 2년제 대학 졸업자, 전공별로는 인문계 졸업자에게 부정적 충격이 더 컸다. 중·하위권 및 2년제 대학 졸업자의 경우 실업률 1% 포인트 상승 시 3~4년 동안 2~5% 임금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왔다. 인문계 졸업자는 5~6년차까지 2~6% 임금손실이 지속됐다.
졸업 연도의 고용 악화는 대졸자의 대기업(200인 이상) 취업 문턱도 높였다. 실업률이 1% 포인트 오르면 대기업 취업 가능성은 1~2년차에 3.5% 포인트, 3~4년차에 2.3% 포인트 낮아졌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매출액 500대 기업의 올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에서도 대기업 10곳 중 6곳(63.6%)이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절반이 넘는 51.1%는 신규 채용에 부정적인 이유로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 부진’을 꼽았다.
오 차장은 “청년층 고용대책은 최근의 고용상황 악화가 시간이 흘러도 임금이 회복되지 않는 ‘상흔효과’ 등 구조적 문제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