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이 뽑아요, 연봉 팍팍 드려요~ IT업계는 채용 경쟁

입력 2021-03-16 00:02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더 얼어붙은 타업종 채용 시장과는 딴판이다.

소수의 검증된 인재를 수시 채용하는 방식이 주요 기업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채용 시즌에 맞춰 인재를 대량 영입하려는 시도들도 이어진다. 최근 IT 업계의 연봉 인상 행렬에 맞춰 높은 보상을 해주는 기업으로 향하려는 인재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삼성 계열사들은 15일 2021년 상반기 3급(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운용 중인 삼성은 오는 4∼5월 중 필기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실시하고, 면접을 거쳐 7월쯤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채용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천명가량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KT도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20% 확대해 300여명의 신입·경력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전환형 인턴 채용으로 제도를 바꿨지만 ‘ABC(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분야’ 인력은 우선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속속 수시 채용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의 인재를 등용해 쓰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경력자를 수시 채용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회사 차원에서 대규모 채용 공고를 내고 인재 확보에 나서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른바 ‘슈퍼 사이클(초호황)’ 진입을 앞두고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데다, 성과급 불만 확산 등의 요소가 맞물리면서 경력 공채에서만 수백명 단위의 이동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 생산) 등 42개 분야에서 경력직 채용 계획을 밝히고 개별 면접 전형을 진행 중이다. 올해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려 세 자릿수의 인원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8일 세 자릿수 규모의 경력자 모집을 시작했다. 여기엔 동종 업계뿐 아니라 IT·대기업 직원도 상당수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엔 대규모 이동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며 “올해 업황이 좋고, 사업 확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채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IT 업계의 ‘인재 쟁탈전’은 파격적인 연봉 인상 조치로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사에서는 연봉 2000만원을 단번에 인상하거나 신입 개발자의 연봉 상한선을 폐지했고 세를 넓히고 있는 금융·핀테크 업계도 연봉 인상 레이스에 합류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행처럼 번지는 연봉 인상 압박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평가에 기반하지 않은 일괄적 보상 강화는 자칫 임금 양극화와 중소업체 붕괴로 이어져 IT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