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못 나오는 교인 향한 그리움… 편지에 담아

입력 2021-03-16 03:01
명재민 의정부 가능제일교회 목사가 15일 교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능제일교회 제공

경기도 의정부 가능제일교회(명재민 목사) 교인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3월 둘째 주부터 매주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이메일과 카톡이 일반화된 이후 집에 도착하는 우편물은 세금·교통범칙금 고지서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사신(私信)을 받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225㎜, 105㎜인 규격봉투에는 의정부우체국 소인도 찍혀 있다. 우체국을 거친 편지가 집배원의 손을 통해 교인 가정에 전해진다.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편지를 보낸 사람은 명재민 목사다. 코로나19로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교인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 직접 편지를 썼다.

편지는 주보와 함께 매주 월요일 180가정에 발송된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이 완화돼 수도권 교회가 좌석수 20% 이내로 모일 수 있게 된 지난달 중순까지 편지를 썼다. 손글씨 편지는 아니었지만, 정성은 못지 않게 느껴진다.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의 ‘HY엽서M’ 글씨체로 200자 원고지 15매 남짓한 분량이다. 친근한 느낌을 주는 글씨체가 눈길을 끈다.

명 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중간중간 모이는 예배를 드리던 주를 제외하고 28차례 편지를 썼다”면서 “교인들이 보고 싶어 시작한 일로 앞으로도 비대면 상황이 되면 다시 편지를 쓰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에는 교인들의 건강과 안부도 묻고 목회적 당부와 함께 기도제목도 실었다”면서 “매주 편지로 심방하다 보니 영상예배 접속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명재민 목사가 지난해 3월 7일 교인들에게 쓴 첫 번째 편지. 가능제일교회 제공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너무나도 보고 싶습니다”로 시작하는 첫 편지는 지난해 3월 7일 썼다. 편지에는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공방과 방역의 어려움, 소외계층이 겪는 고통 등을 상세히 적으며 기독교인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명 목사는 또 “이럴 때 기독교인은 원망과 불평, 불안과 염려로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올바른 믿음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믿음은 확진자를 찾아내거나 바이러스를 없애는 마술이 아니라 한결같은 신앙의 실천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걸 의미한다”고 썼다. 그리고 ‘방역마스크 이웃에게 양보하기’ ‘소상공인 사업장 방문해 팔아 주기’ ‘어려운 교우 전화 심방하기’ 등을 권하며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명 목사는 코로나19가 목회의 변곡점이 됐다고 했다. 그는 “교인들도 좋아하지만, 편지 쓰기가 제게도 교회의 공공성과 교회론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모이는 교회에서 지역사회를 향하는 교회로,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신앙인으로 변화해야 교회의 미래가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이게 코로나19가 교회에 준 교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