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용돈을 주면 다 반찬 만드는 데 쓴다고 속상해 해요. 그래도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LG의인상을 수상한 이상기(60)씨는 1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여기(봉사)에 빠져 있으니 다른 건 다 잊어버리고 산다”고 웃었다.
반찬 나눔은 정부의 일부 지원금 외에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기부와 후원으로 이뤄지는데 이씨의 사비로 추가 비용을 대기도 한다. 매일 아침 6시면 이씨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최소 50가구에 나눠줄 반찬을 만들고 직접 배달한다. 간식도 잊지 않는다. 이씨는 전화 인터뷰 중에도 오후 간식으로 나갈 김밥 재료를 다듬었다.
34년째 반찬 나눔 봉사 중인 이씨에게 봉사는 생활이다. 경기도 시흥에서만 24년간 반찬 나눔 봉사를 했다. 2009년부터는 지역봉사단체 ‘나눔자리문화공동체’를 세워 청소년과의 접점도 늘렸다. 이씨는 “청소년 상담 봉사를 하며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만나고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이제는 봉사를 안 하면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접한 뒤 충북 음성군 꽃동네 노인요양원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했던 경험이 지금의 이씨를 만들었다. 이씨는 “집에 일이 있을 때 제가 봉사가 있다고 하면 부모님은 항상 다녀오라고 하셨다”며 “부모님이 그때 안 된다고 하셨으면 지금껏 봉사를 못했을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보내주셨던 게 이렇게 봉사를 오래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이씨의 봉사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이전에는 오후 간식을 노인정에 배달했다면 이제는 미용실, 놀이터, 부동산 등 여러 곳에 나눠 간식을 배달한다. 간혹 이씨에게 반찬을 구매해 나누는 게 더 쉽고 편리한 봉사가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그래도 70대 중반이 넘어간 어르신들은 예전에 먹던 집반찬을 좋아하신다”며 “반찬거리를 가져오셔서 메뉴를 제안하는 분들도 계시는 덕에 재밌고 보람차다”고 답했다.
LG복지재단은 이씨 외에도 36년간 반찬 나눔, 무료급식, 재난구호 등의 봉사활동을 해온 우영순(73)씨에게 의인상을 수여했다. 우씨는 매주 나흘 이상 독거노인과 장애인들에게 나눠줄 100인분의 반찬을 만든다. 은퇴한 우씨의 남편도 15년째 반찬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