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충남 천안 불당동의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는 인테리어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원래 실내 테니스장인 이곳은 바닥부터 새로 다 교체했다. 초록색 하드코트 바닥이 오크색의 부드러운 우드장판으로 뒤덮였다. 막 백신접종을 마친 119구급대원이 “보통 병원에서 독감주사 맞는 것 같았다”고 했다.
오는 7월 일반 성인 백신접종을 앞둔 지역 접종센터가 진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 접종센터를 속속 개장하면서 서비스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실내체육관이나 공연장, 관공서의 공간만 빌릴 게 아니라, 백신 불안감을 누그러트리는 분위기로 꾸미는 게 목표가 됐다.
천안 접종센터는 먼저 개장한 질병관리청의 ‘중앙·권역별 접종센터’를 여러 면에서 개선했다. 대기 공간의 딱딱한 간이의자를 푹신한 소파로 교체하고, 발 마사지 기계까지 주문해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입구부터 출구까지 동선을 일직선으로 곧게 설계하고, 답답한 플라스틱 칸막이는 반투명 유리 칸막이로 대체했다.
접종은 마치 공항 출국 수속 밟듯 진행됐다. 센터에 도착하는 대로 일렬로 서서 앞사람을 따라 움직였다. 안내판이 촘촘히 있는 데다 중간중간 안전요원들까지 있어 다른 동선으로 빠질 수 없었다. 약 15분간의 접종 시간 동안 접종자들은 웅성거림도 없이 차분했다. 이날은 보건소와 119구급대원 등 일선 방역요원들의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이 이뤄졌다.
접종은 크게 접수처-예진표 작성구역-예진실-접종실-접종등록구역-관찰실을 거친다.
먼저 접수처에서 신분증 제시 뒤 접종대상자임을 확인하고, 체온을 잰다. 이상이 없으면 예진표 작성구역으로 가 예진표를 작성한다. 작성 뒤에는 번호표를 뽑은 뒤 예진실 앞 소파에서 대기한다.
번호표 순서가 되면 예진실로 들어가 의사와 알레르기 반응, 기저질환 여부를 점검한다. 의사는 환자를 접종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분류해 예진표에 표기한다. 고위험군은 접종 최종종료 시 30분, 저위험군은 15분 동안 관찰실에 머무르며 이상 반응 여부를 살핀 뒤 귀가해야 한다.
예진이 끝나면 다시 번호표를 뽑고 접종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순서가 되면 접종실에서 백신을 놓는 간호사가 마주 앉는다. 간호사 지시에 따라 삼각근을 내보이고 백신을 맞는다.
접종까지 끝나면 접종등록구역으로 이동해 행정담당자에게 접종을 마쳤음을 알린다. 행정작업이 끝나면 주변 타이머관리자에게 가 예진표를 건네고 타이머를 받는다. 앞서 의사 예진 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는 30분으로 설정된 타이머를, 저위험군은 15분 타이머를 받게 된다.
15분 타이머를 받았다면 관찰실 소파에 앉아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 쉰다. 이후 출구로 이동해 타이머를 반납한 뒤 센터를 나서면 접종은 끝이다. 30분 타이머를 받았다면 관찰실 대신 별도로 마련된 ‘30분 관찰실’로 이동해 쉰다.
백신 부작용이 의심되는 이는 응급처치실로 이동해 응급처치를 받는다.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같은 긴급상황이 생기면 출구 쪽 구급차를 타고 주변 대형병원으로 6~15분 이내에 이송된다.
현재 방역요원들은 AZ 제품을 맞지만, 오는 7월 일반 성인들은 주로 화이자 제품을 맞는다. 초저온 냉동보관이 필요한 화이자는 센터 내 별도공간인 백신보관실에 보관해놨다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해동해 쓰게 된다.
군경 상황실에선 CCTV로 이곳을 24시간 감시한다. 예비 전력원을 설치해둔 덕에 주변이 정전돼도 이곳의 전기는 끊기지 않는다.
천안 백신센터는 행정안전부·지자체 적극행정의 결과물이다. 천안시는 지난 1월부터 직원 23명을 예방접종 추진단으로 편성해 접종 실무를 총괄토록 했다. 행안부 예방접종 지원단은 센터 점검을 책임졌다.
이현기 천안시 서북구보건소장
“접종센터, 백신의 첫인상 결정짓는 곳… 접종 초기 방심 말아야”
“접종센터, 백신의 첫인상 결정짓는 곳… 접종 초기 방심 말아야”
이현기(사진) 천안시 서북구보건소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에는 신뢰 확보가 급선무”라며 “백신을 떠올릴 때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정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전국 우수 백신접종센터로 꼽히는 천안 센터를 구축한 책임자다. 차갑고 딱딱했던 불당동 실내테니스장을 개조해 깔끔한 병원 같은 분위기를 냈다. 이 소장은 지난 9일 서북구 보건소장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접종센터는 백신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곳”이라며 “안락한 분위기로 불안감을 덜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직 대다수 시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은 낯설다. 이 소장은 “독감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맞아보지 않은 백신”이라며 “누구나 신체·심리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백신의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수차례 입증됐다”며 “정부를 절대 신뢰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접종 뒤 사망자들에 대해선 “백신과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라도 백신을 맞아야 스스로와 주변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오는 7월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시행되면 지역별 보건소는 접종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안내 문자를 발송하게 된다. 2~3일 내 지정된 접종센터로 가서 백신을 맞으라는 내용이다. 접종자들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홈페이지나 네이버·카카오와 연계된 ‘국민비서’ 서비스를 통해 접종일을 예약할 수 있다.
백신을 맞은 뒤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이 소장은 “전 국민 70% 이상이 항체를 형성해야 집단면역에 이르는 것”이라며 “접종 초기 단계에서 방심하면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집단면역 형성 단계까진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천안=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이제는 지방시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