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1) 김광동 “지구촌 섬기는 일을…” 하용조 목사님 마지막 당부에

입력 2021-03-17 03:03
김광동 더멋진세상 대표가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더멋진세상 본부에서 아프리카 마을 개발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장로님, 온누리교회가 받은 하나님의 은혜가 큰데 우리는 세상을 위해 한 것이 별로 없어 부끄럽습니다. 재난당해 굶주리고 고통받는 이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인종 종교 이념 지역을 초월해 이웃을 섬기는 비정부기구(NGO)를 장로님이 만들어 주세요.”

2010년 여름 하용조 목사님이 소천하시기 1년 전에 이 한마디 당부로 모든 일이 시작됐다. 하 목사님 말씀은 선견지명이었다.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부딪히며 복음 전도에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NGO는 선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열쇠다. 지난 10년간 국제 개발·구호 NGO인 더멋진세상의 사역이 그걸 증명한다. 이제는 많은 교회가 NGO를 설립해 지구촌 곳곳에서 활발히 사역하고 있으니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행 1:8) 함께 전진할 동지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1973년 제7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 외교관으로 38년을 봉직했다. 초창기엔 불어가 공용어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주로 불어권에서 근무했다. 프랑스 파리 국제행정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국제통상 전문 외교관으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초대 공사를 지냈다. 외교부에서 국제경제국장과 통상교섭조정관을 맡아 통상 분쟁 해결은 물론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 원조도 담당했다.

이제 국제 개발·구호를 담당하는 더멋진세상의 대표가 되고 보니 외교관 시절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유엔의 난민 보건 이민 노동 등 분야별 전문기구가 모여 있는 스위스 제네바 등지에서 일한 데는 하나님의 오랜 계획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NGO 더멋진세상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곳을 찾아간다. 더멋진세상 이름은 2010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온누리교회 25주년 창립예배 당시 이재훈 목사님이 제안한 현수막 문구에서 유래한다. 가난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아이를 입양하듯 마을을 통째로 품는다. 이 마을이 자립할 힘을 얻기까지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개발하는 사업을 펼친다. 한 마을이 깨끗해지고 건강해지고 부요해져서 더 멋진 마을로 거듭날 때까지 돕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휩쓴 오늘날에도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중남미 등지에서 24개국 27개 마을을 섬기고 있다.

하나님의 계획은 퍼즐과도 같다. 조각만 봐서는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하나하나 모여서 맞춰지면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내 삶의 모든 순간은 하나님의 큰 그림을 이루는 퍼즐 조각이다. 최근 출간한 회고록 ‘세상 끝에서 만난 더 멋진 세상-자원봉사자 외교관의 NGO 이야기’(두란노)를 바탕으로 퍼즐의 순간들을 부족하나마 되돌아보려 한다.

약력=1948년 충북 청주 출생, 73년 제7회 외무고시 합격, 주OECD 초대 공사, 주중국 차석 공사, 주홍콩 총영사,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차관보), 주브라질 대사. 현 더멋진세상 대표.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