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훈(52) 서울 화양감리교회 목사는 목회자 가정에서 자랐다. 그가 감리교신학대에 입학한 1989년은 캠퍼스에 민주화 물결이 거셀 때다. 노래패를 만들고 등록금 동결 투쟁을 이끌었다. 서울 난지도에서 민중목회에도 참여했다.
그는 92년 입대 후 하나님을 새롭게 만났다. 선교대회 참석 후 14년을 주님께 헌신하겠다고 서원했다. 98년 아프리카 선교사로 나갔다. 최 목사는 “복음을 전하다가 우간다와 케냐에서 권총 강도를 만나고 사기를 당하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7년 사역 후 뉴질랜드에서 안식년을 보내려 했지만, 하나님의 뜻은 다른 데 있었다”고 회고했다.
2004년 기도 중 ‘미국 알래스카로 가서 교회를 개척하라’는 응답을 받았다. 알래스카는 교민이 5000명도 안 되는 곳이었다. 우선 알래스카 앵커리지 주립대에서 청년들을 모아 새벽기도회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캠퍼스에 기도 모임이 만들어졌고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예광한인감리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이후 교회를 건축하고 에스키모원주민 선교센터까지 건립했다. 부흥의 비결은 청년들과 함께 먹고 운동하며 뒹구는 것이었다.
어려움도 있었다. 둘째 아이가 집에서 놀다가 추락 사고를 당한 것이다. 최 목사는 “둘째는 3일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하늘나라로 갔다. 날씨가 그토록 혹독한 곳에서 주님의 명령을 따랐는데 사고를 당하니 욥이 떠올랐다”며 “정신이 하나도 없고 눈물만 흘렀다. 그때가 20여년 목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글썽였다.
척박한 땅에서 청년 부흥을 일구자 청빙 제의가 들어왔다.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벤츄라감리교회에 부임했다. 이곳에서도 늘 하던 대로 4년간 청년들과 새벽기도회를 매일 드리고 삶을 나눴다. 전통이 강하고 보수적이었던 교회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청년이 모이는 교회로 탈바꿈했다.
최 목사는 “부임하는 곳마다 부흥이 있었던 비결은 청년목회와 기도목회에 있다”면서 “교회 강단에 ‘1시간 기도하면 시험을 이기고, 2시간 기도하면 능력 받고, 3시간 기도하면 크게 쓰임 받는다’는 문구를 붙여놓고 모이기에 힘썼다”고 말했다. 이어 “주님의 유리병에 기도의 정성과 눈물이 쌓이면 하나님께서 어느 순간 폭발적인 부흥을 주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5년 서울 화양감리교회에서 청빙이 왔다. 최종 3명의 후보에 올랐는데 강단에서 “욥처럼 환란 중에라도 포기하지 않고 기도를 쌓는다면 하나님께서 언젠가 응답하실 것”이라며 자기 고백적인 메시지를 했다. 성도들은 그날 곧바로 청빙을 확정했다.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에 붙어있는 화양감리교회는 200여명이 출석하는 장년 중심의 전통적 교회였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청년부 담당 목사를 자처했고 심방과 제자훈련을 직접 했다.
최 목사는 “성도들을 만날 때마다 ‘지금 어렵고 힘든 형편에 있어도 여러분이 교회에 나와 기도한다면 그 시간을 하나님께서 꼭 기억하실 것이다. 훗날 통장 잔액처럼 그 기도를 찾아 쓰는 날이 올 것’이라 강조했다”고 했다.
청년부를 독립하고 자체 예산 집행과 선교, 전도활동 등에 자율권을 부여했다. 장년 청년 새신자 등 셀모임을 직접 인도했다. 교회는 3년 연속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에서 건강한 교회성장 표창을 받았다. 현재 1200여명이 출석하는데 청년만 400여명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기도목회와 청년목회에 타격을 주지 않았을까. 최 목사는 “코로나19의 위기상황이었지만, 기도훈련이 잘된 성도들은 주차장과 성전 뜰 앞에 모여 예배를 끊임없이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해 첫날 더 많은 성도가 교회를 찾을 수 있도록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신년예배를 아홉 차례 드렸다”면서 “마지막 9부 예배 때 쉰 목소리로 축도하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성도들과 함께 그만 펑펑 울었다”고 했다.
교회는 코로나19의 영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성전기도운동과 기도통장운동을 진행한다. 성전기도운동은 기도시간을 정해 교회에 나와 개인 기도를 하는 운동으로, 요일별로 색깔이 다른 기도카드를 기도함에 넣게 돼 있다. 이렇게 하면 매주 형형색색의 기도카드가 모인다.
기도통장운동은 은행 통장처럼 하루 1분의 기도시간을 1만원으로 환산해 기재하는 것이다. 최근 2개월간 이 운동을 했는데, 1등을 한 고려대 대학원생은 3억2000만원을 모았다. 60일간 총 533시간을 기도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기도의 야성이 있다 보니 지난해 새가족이 온라인 50여명, 현장 예배 150여명이 등록했다.
최 목사는 “코로나19 시대에도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으로 제자훈련, 리더십사관학교, 어머니기도회, 단기선교 훈련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담임목사가 직접 청년부에 뛰어들고 전 성도가 기도운동에 동참하도록 기도의 모범을 보일 때”라고 조언했다. 그의 형제는 모두 목회자다. 형은 최상윤 서울 예광감리교회 목사, 동생은 최상일 서울 은정감리교회 목사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