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시대… 지구촌 총성 없는 수소전쟁 시작됐다

입력 2021-03-15 04:04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H2KOREA 대회의실에서 국민일보 주최 ‘수소경제 미래와 과제’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사회를 본 문재도 H2KOREA 회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문일 연세대학교 교수(왼쪽부터)가 참석해 미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정책과 필요 과제 등을 논의했다. 윤성호 기자

‘수소경제’라는 단어가 세계 각국에서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갑자기 경제 정책 전면에 등장했을 때처럼 수소경제도 최근 부쩍 비중이 커졌다. 14일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에 따르면 한국 등 30여개국이 2019년 이후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을 토대로 한 230여개의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친환경적이라는 명분에 미래 시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계산이 더해졌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까지 세계 수소시장 규모가 12조 달러(약 1경363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총성 없는 수소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다.

수소차·수소연료전지발전 면에서 타국보다 강점이 있는 한국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낯선’ 에너지원을 둘러싼 안전 등에 대한 불신을 지우고 투자를 늘려야 앞서갈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에 국민일보는 ‘수소경제 미래와 과제’를 주제로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 대회의실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하고 해법을 모색해 봤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의 사회를 통해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문일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의 의견을 들어봤다.

기술 개발·인력 양성 최우선

△문 회장=최근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주 실장=수소법을 만들어 정책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었다.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산업계에서 4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점도 힘을 실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수소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비단 에너지뿐만 아니라 산업 공정에서도 수소의 역할이 커질 거라고 보고 있다.

△문 회장=산업계 차원에서 요구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거 같다.

△김 부사장=수소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차는 부품업계의 기술개발 덕분에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 특정 부품이 아닌 폭넓은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전 산업에서 수소가 중요해질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를 위한 중장기 연구개발(R&D) 과제가 중요하다. 일례로 제철소에서 탄소 발생이 많은데 이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수소 기술이 필요한 식이다. 친환경 ‘그린수소’ 기술 개발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수소 활용을 본격화할 수 있도록 수소발전의무화 제도 조기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 회장=수소 원천기술 육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주 실장=수소경제 로드맵 외에 수소기술 로드맵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올해 관련 R&D 예산타당성조사가 기획돼 있다. 액화수소, 수전해, 그린수소 등 여러 가지 기술 개발이 이를 통해 가능할 거 같다.

△김 부사장=규모의 경제로 성장하기까지 기간이 필요한데 이때 R&D하고 시제품을 만들면서 버틸 수 있는 금융·세제·R&D 지원이 있어야 한다. 고급 인력도 필요한데 병역특례를 준다든지 하는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 상임이사=이공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보니 인재가 부족하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분야에서 천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수소경제 인재 양성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안전에 범국가적 장치 필요

△문 회장=수소법으로 수소 에너지의 안전 기반이 마련됐지만 추가적인 부분이 필요해 보인다.

△문 교수=안전을 담당하는 이들의 윤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LH처럼) 땅 관리 잘하라고 했더니 자기가 이익을 취하는 그런 식이면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 그리고 비단 수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원화된 사고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 수소와 같은 화학물질 사고는 성격에 따라 고용노동부, 환경부, 국토부, 산업부 등으로 소관이 나눠져 있다. 미국은 국회 산하에 화학 안전·위험 조사위원회(CSB)에서 사고를 조사한다. 이런 기관을 꼭 만들었으면 한다.

△문 회장=국민의 수소 폭발을 우려하는 인식의 개선도 있어야 할 거 같다.

△문 교수=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매년 30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하루 사망자가 8명이 넘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인다.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선이 있는 것이다. 도시가스가 처음 보급될 때도 폭발 우려 등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 잘 쓰고 있다. 완전히 안전한 물질은 없다. 잘 관리해서 쓰는 게 중요하다.

△주 실장=정부에서는 수소에 대해선 액화석유가스(LPG) 등보다 더욱 특별히 관리해 갈 계획이다.

수소 친숙하게 여기게 만들어야

△문 회장=수소경제 시장 선점을 위해 필요한 과제가 있다면.

△김 부사장=친환경성과 안전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 정부·민간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 공감대가 맞물려야 수소사회로의 이행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대중교통이다. 올해 정부의 수소버스 지원이 180대인데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보다 많이 보급하려 한다. 내년부터는 수도권 광역버스도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선 교통수단의 기반이 되는 수소충전시스템 구축에 힘써주길 기대한다.

△이 상임이사=사람은 새롭고 낯선 것을 좋아하기 힘들다. 수소를 접하는 빈도가 중요하다. 인터넷 기사를 보면 수소 관련 댓글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심리적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