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H 수사, 검찰 참여가 우선이고 미진하면 특검에 넘겨라

입력 2021-03-15 04:01
더불어민주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특검) 도입을 야당에 제안했다. 특검을 통해 강화된 수사가 이뤄지면 국민이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란 취지에서다. 또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나중에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야당이 못 믿겠다고 할 테니 미리부터 특검 도입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제안 이유야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지금 당장 특검 도입을 논의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란 판단이다. 게다가 민주당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먼저 특검을 제안해 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한 모양새인데, 보궐선거를 한 달도 안 남긴 상태에서 시장 후보가 주도해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 역시 순수한 의도로만 비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여야가 특검 도입을 위한 협상에 돌입하는 순간 LH 수사는 김이 빠질 개연성이 높다. 지금은 온 국민이 공분하고 있어 경찰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특검 도입 국면으로 넘어가면 자칫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거나 경찰 수사에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특검 임명과 수사 범위 등을 놓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할 텐데, 여야 간 싸움 때문에 정작 중요한 투기 의혹에 대한 실체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할까 우려도 된다. 특검 제안에 진보 정당인 정의당조차 ‘경찰 수사의 힘을 빼고 수사를 교란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국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라’ ‘경찰이 명운을 걸라’고 지시하자마자 대뜸 특검 도입을 주장한 것은 여당 스스로 경찰 수사에 의구심을 제기한 야당에 동조한 꼴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여당이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자고 했는데, 논란이 있는 특검이야 나중에 도입하더라도 당장에 신뢰를 높일 방안부터 강구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특히 하루라도 빨리 검찰에 수사를 맡기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으니 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 대상에 대규모 부동산 투기 범죄가 포함되도록 현행 검찰청법 시행령을 조금만 고치면 가능한 일이다. 야당이 시행령을 건드리는 것에 여당이 반대할까 싶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한시적으로’만 시행령을 고치자고 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수용할 만하다는 판단이다. 이마저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파견 검사를 더 늘려서라도 실질적인 검경 협력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