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으로 번진 제주 제2공항 공방

입력 2021-03-15 04:07
제주도 제공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 논란이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에 ‘계속 추진’ 입장을 전달한 이후 정당별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SNS 계정을 통해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를 향해 제2공항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심 전 대표가 15일 제주를 찾아 제2공항 백지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원 지사는 “제주 방문은 언제든 환영이지만 일부 이야기만으로 도민을 선동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제2공항은 제주의 30년 숙원 사업이며 국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국책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항 예정지(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일방적 입장만 듣고 가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며 “공개적인 1대1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정의당 제주도당은 즉각 논평을 내 “원희룡 지사는 중앙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고 제주도민과 먼저 소통하라”고 일침을 놨다. 또 “국회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이 도민 의견을 듣는 것은 고유한 의정 활동”이라면서 “반짝 이벤트에 고심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원 지사의 제2공항 최종 입장 발표 이후 지난 11일에도 “민의보다 소신이 중요하다는 원 지사는 더 이상 지사 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쓴소리를 냈다.

제주도의회도 격랑에 휩싸였다.

좌남수 의장은 지난 11일 고영권 정무부지사를 의장실로 불러 원 지사가 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한 데 대해 “지사 스스로 도민사회 갈등을 키운 격”이라며 “‘나’(원 지사)를 중심에 놓지 말고 ‘도민’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제주도의원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좌남수 의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장 개인 의견을 의회 전체 의견인 것처럼 언급한 것은 독립된 도의원들의 의사결정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나홀로 의장정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