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여자농구 WKBL 챔피언결정전 4차전은 치열했다. ‘숨막히는 승부’라는 진부한 표현만으로는 차마 묘사 못할 경기였다. 양 팀 선수들은 다리가 풀려 코트에 쓰러지면서도 공을 향해 달려들고 뛰어올랐다. 이제야말로 마지막일 것 같은 순간에도 림은 출렁이고 또 출렁였다. 여자농구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챔피언결정전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다.
용인 삼성생명과 청주 KB스타즈는 15일 오후 7시 용인실내체육관에서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벌인다. 1·2차전에서 삼성생명이 홈구장 용인에서 승리했지만 KB 역시 안방 청주에서 3·4차전을 휩쓸어 2대 2 동률을 이뤘다. 삼성생명이 5차전에서 이기면 역대 처음으로 정규리그 4위팀이 우승하는 기록을 쓰고, KB가 승리하면 1·2차전 2연패 뒤 3연승으로 우승하는 역대 첫 사례가 된다. 4경기 중 2경기가 연장까지 갈만큼 치열했던 터라 선수들의 남은 체력과 정신력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5전 3선승제인 여자농구 챔피언결정전이 5차전까지 이어진 건 2007년 이후 14년만이다. 당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삼성생명은 최강 전력을 자랑하던 인천 신한은행에 무릎을 꿇었다. 신한은행이 이 우승을 시작으로 6회 연속 우승하며 ‘왕조’의 서막을 연 반면, 삼성생명은 매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삼성생명은 가장 최근인 2019년에도 KB에 가로막혀 우승을 뺏겼다.
여자농구 역사상 최고 수준의 센터 박지수를 보유한 KB는 이번이야말로 우승 적기라는 말이 어울린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박지수는 외국인 선수를 쓰지 않은 올 시즌 WKBL 모든 구단을 통틀어 비교불가한 전력이다. 2연패 뒤 맞은 3차전에서 그는 30득점 16리바운드라는 엄청난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4차전 승리 뒤 인터뷰에서 “기어서라도 뛰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삼성생명은 은퇴를 앞둔 베테랑 김보미의 ‘라스트 댄스’가 돋보였다. 지난 6일로 만 35세가 된 그는 4차전에서 체력이 다해 다리를 후들거리고 점프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팀 내 최다 리바운드 8개를 잡아내는 투혼을 보였다. 또다른 고참 김한별도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엄청난 활약으로 1·2차전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시리즈가 3·4차전에서 삼성생명의 승리로 마무리됐다면 두 선수가 챔피언결정전 MVP로 유력했다.
양 팀 선수들의 투혼은 농구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 통계웹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WKBL 유튜브 채널 ‘여농티비’ 구독자 수는 플레이오프 개막 전후인 최근 한 달 사이 약 7.6% 늘었다. 삼성생명 구단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농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의 95%가 남자농구 글인데 챔피언결정전 기간 동안에는 여자농구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면서 “농구팬들의 관심이 몰린 게 체감될 정도”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