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없이 ‘北비핵화·납북자 해결’ 성명… 쿼드 첫 정상회의, 일본 요구 대거 수용

입력 2021-03-15 04:04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화상으로 열리는 사상 첫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화면에 쿼드 회원국 정상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옆으로 토니 블링컨(왼쪽 두 번째) 국무장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정상이 12일(현지시간) 중국 견제 목적의 협의체인 ‘쿼드(Quad)’ 첫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5개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에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들을 부각시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정상회의는 쿼드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있어 중심이 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13일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쿼드 정상회의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공동의 비전에 단합돼 있다”면서 “우리는 이 지역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강압에 의해 구속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이어 “우리는 다 함께 인도·태평양과 그 이외 지역에서 위협에 맞설 것을 다짐한다”면서 “우리는 법치, 항행과 영공 비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민주적 가치,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강압에 구속되지 않기 위해’ ‘위협에 맞설 것’ ‘항행의 자유’ ‘민주적 가치’ 등의 표현은 모두 중국을 겨냥한 공세적 표현으로 분석된다.

정상들은 또 인도·태평양을 위한 공평한 백신 접근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인도 제조업체들이 10억 도즈를 아세안과 인도·태평양, 그리고 그 외 지역에 2022년 말까지 공급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미국의 기술, 일본과 미국의 자금 조달, 호주의 물류 역량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일본인 납북자 사안의 즉각 해결 필요’가 담겼다. 우리 정부가 불참한 가운데 미국이 쿼드 핵심국인 일본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미국의 대북 정책이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하고 일본인 납북 문제를 우선순위로 올리는 식으로 설계되면 우리 정부가 목표로 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과를 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개국 정상은 이밖에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백신 배포, 중대한 신기술 협력, 기후변화와 관련된 3개의 실무그룹을 만들어 전문가들과 고위 관료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했다.

WP는 “쿼드 회원국의 동반관계 구축은 중국에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려는 바이든의 전략에 결정적일 것”이라며 “쿼드 정상회의의 숨은 의미는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대대로 쿼드가 반중 연합체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공동성명에서 중국이라는 단어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것은 쿼드 회원국들이 중국을 어렵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인도의 입장은 쿼드 미래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김영선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