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쇼크’에 흥 잃은 흥국, 그 자리 차지한 GS

입력 2021-03-15 04:03
여자배구 GS칼텍스 선수들이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다음날 흥국생명이 KGC인삼공사에 패하면서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올초 프로스포츠 전체를 뒤흔든 ‘학폭 미투’(나도 학교 폭력을 당했다)가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의 판세를 바꿔 놨다. ‘배구 여제’ 김연경을 영입해 적수 없는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흥국생명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을 퇴출시킨 뒤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GS칼텍스에 정규리그 왕좌를 내줬다.

흥국생명은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와 가진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대 3(18-25 15-25 16-25)으로 완패했다. 이 경기는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다. 최종 전적 19승 11패, 승점 56점으로 2위가 확정됐다.

흥국생명은 KGC인삼공사를 이겨야 우승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1·2세트를 내리 빼앗기면서 우승은 사실상 GS칼텍스 쪽으로 기울었다. 우승 불발을 직감한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을 아예 3세트부터 빼고 휴식을 줬다.

흥국생명의 패배로 20승 9패, 승점 58점으로 1위를 달리는 GS칼텍스는 16일 시즌 마지막 경기인 대전 KGC인삼공사전 결과와 관계없이 최종 1위를 확정하고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 직행하게 됐다. GS칼텍스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것은 2008-2009시즌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에 밀려 통합우승에는 실패했던 GS칼텍스는 2007-2008시즌, 2013-2014시즌을 이어 구단 역대 3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정규리그·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 도전은 처음이다.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14일 구단을 통해 “하나가 돼 노력한 모든 선수에게 감사하다. 포기하지 않는 팀 분위기와 서로를 믿은 선수의 조직력으로 끝까지 올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김연경의 복귀와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의 영입으로 흥국생명의 독주 무대였다.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뜻의 ‘어우흥’이라는 유행어까지 나왔을 정도다. 한때 팀 내분 조짐이 드러났고 외국인 선수 부상 악재가 돌출했지만 흥국생명의 선두는 계속됐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폭 전력이 폭로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흥국생명은 그 이후 8경기에서 단 2승만을 따냈다. 무기한 출전정지 조치된 이재영·다영의 공백을 백업 선수들로 채웠지만 힘이 부족했다. 김연경의 입단 전부터 흥국생명의 주포로 활약했던 레프트 이재영의 공백은 특히 컸다. 지난 시즌까지 세계무대에서 펄펄 날았던 김연경도 무너진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3위 IBK기업은행과 오는 20일부터 3전 2선승제로 플레이오프를 펼친다. 여기서 승자가 오는 26일부터 5전 3선승제로 GS칼텍스와 챔피언 결정전을 갖는다. 다만 현재 흥국생명의 전력과 분위기로 ‘봄 배구’에서 반전을 이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