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21분 컴팩트 도시’다. 서울을 인구 50만명 기준의 ‘21개 다핵도시’로 재구성하고, 각 권역은 디지털·친환경 기술에 기반해 주거·교육·여가 등 모든 생활서비스 이용이 21분 이내 가능하도록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21분 도시’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게 ‘수직정원’이다. 주거시설과 공공시설, 스마트팜이 연계된 공원과 산책로 등이 공존하면서 재구성된 도시 공간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박 후보는 최근 “21개 권역에 21개 수직정원이 생기지만 일단 1년 내에는 여의도에 모델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수직정원 구상은 실행 가능한 공약일까. 박 후보 측은 14일 “자문교수단과 함께 정교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학생 졸업 작품에나 나올 법한 아이디어 수준”이라는 혹평과 함께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제안”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엇갈렸다.
“우리 환경에 맞지 않는 아이디어”
우선 수직정원이라는 인공건축물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담긴다. 서울 소재 대학의 건축학과 교수는 “도심 공원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데 인공 조경을 통해 정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적도나 따뜻한 외국에선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기온 변화 폭이 큰 곳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 졸업작품으로는 제안할 수 있지만, 실제로 소화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술적으로는 실현할 수 있지만 너무 인공적이라 생뚱맞다”며 “아무리 좋은 건축 아이디어라도 그 나라의 환경에 맞아야 한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지 않는 인공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경선 토론에선 우상호 후보가 수직정원에 대해 “도시의 흉물이 될 것”이라며 공약 철회를 요청했다. 야당에서도 “SF영화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은 아마존 제2본사가 수직정원으로 들어섰다”며 “서울과 사계절 기후가 같은 곳에서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생태적 의미 큰 혁신적 실험” 평가도
혁신적인 비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반영운 충북대 교수는 “생태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젊은 층의 일자리와 주거가 통합되는 개념으로 진행되면서 투기 수요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지낸 진희선 연세대 특임교수는 “생태문명으로 도시 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에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실행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을 수 있다. 스페인에도 수직정원이 많은데 처음에는 실패가 많았다”고 조언했다.
선거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겉만 화려한 비전 제시에 매몰되기보다는 서울시의 낙후된 도시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교한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수직정원 자체는 해볼 만하지만, 그 상징성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나라는 너무 팬시한 구조물이나 정책에 목말라 있는데, 도시계획 및 도시재생 개념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장기적으로는 고민해볼 수 있는 제안”이라면서도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선거용에 불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서울시장빅3 후보, 차별화 공약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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