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LGES)과 SK이노베이션(SKI)의 협상을 둘러싼 신경전이 미국으로 번졌다. SKI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LGES는 미국 내 투자와 고용에 나설 의향을 밝히며 SK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김종현 LGES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있다”며 “만약 외부 투자자가 SK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SKI는 공장 인수 가능성에 대해 “단순히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설비 인수한 뒤 메이저 자동차 회사가 수용할만한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SKI가 LGES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같은 방식으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KI는 ITC 최종 결정에 따라 조지아주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일자리가 감소하고 미국 내 전기차 생산체계 구축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도 ITC 최종 판결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입장을 수차례 표하며 힘을 실었다.
LGES는 지난 12일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미국 내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규 공장 건설을 통해 직접 고용 인원 4000명, 공장 건설 기간 투입 인력 6000명 등 1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KI 공장이 문을 닫아도 미국 내 일자리 보존과 전기차 생산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19일에는 LGES가 SKI에 제기한 배터리 특허권 침해 소송의 예비 판결이 나온다. ITC가 특허침해를 인정할 경우 LGES는 협상에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SKI의 손을 들어주면 상황이 급반전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