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다운 0’ 링 위의 난폭자 헤글러, 세월에 무릎

입력 2021-03-15 04:07
마빈 헤글러(오른쪽)가 1985년 4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토머스 헌즈와의 프로복싱 미들급 타이틀 방어전에서 펀치를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로복싱 미들급 챔피언 출신 마빈 헤글러(미국)가 타계했다. 향년 66세. 헤글러의 아내 케이는 14일(한국시간) 페이스북에서 운영되는 남편의 팬 페이지에 “슬픈 발표를 하게 돼 유감이다. 사랑하는 남편이 뉴햄프셔 자택에서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헤글러는 1980년부터 은퇴한 1987년까지 세계복싱평의회(WBC) 챔피언을 지켰던 미들급 강자였다. 왼손을 사용하는 ‘사우스포’였지만 양손을 모두 사용하면서 저돌적으로 상대에게 달려드는 인파이팅 복서로 명성을 날렸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링 위의 난폭자’.

1970~80년대의 유명 복서들이 체급을 넘나들며 타이틀을 쓸어 담을 때 헤글러만은 미들급을 고집하며 왕좌를 지켰다. 그 고집은 링 위에서도 발휘돼 단 한 번도 녹아웃(KO)으로 쓰러지지 않는 집념을 보여줬다. 그의 통산 전적은 67전 62승(52KO승) 2무 3패다. 미들급 타이틀 방어만 12차례 성공했다. 헤글러를 대표하는 승부는 85년 토머스 헌즈를 3라운드 만에 녹아웃으로 쓰러뜨렸던 타이틀 방어전이다. 당시 ‘전쟁(The War)’으로 불릴 정도로 치열했다.

헤글러는 87년 4월 슈거레이 레너드와 ‘세기의 대결’을 마지막으로 링을 떠났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아웃복싱을 구사했던 레너드를 12라운드까지 시종일관 쫓아다니며 펀치를 내밀었지만 판정패했다. 헤글러는 이후 이탈리아에서 액션영화에 출연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직접 제작했던 영화들이 실패하는 등 영화계에선 성공하지 못했다.

헤글러는 93년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