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경쟁이 치열한 패션 시장에 진입할 때 주로 썼던 전략은 자신만의 창의적인 디자인을 소수에게 확실하게 어필하되 대신 타깃의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힌 것이다. 독특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 지역에서는 너무 적어 돈벌이가 되기 어렵지만 전 세계에서 모으면 어느 정도 시장이 된다. 화려한 패션위크도 이런 목적으로 개최된다. 신인 디자이너는 유명 패션위크에서 독창적인 디자인을 제시한 후 공감하는 전 세계 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을 조금씩 모아 수익을 내며 성장한다. 하지만 유명 패션위크나 패션쇼에 오르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디자이너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라 소위 ‘B급 감성’은 전 세계 관객에게 어필하기 어려웠다.
요즘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소통이 쉬워지면서 각양각색의 취향이 모두 각각의 시장을 만들고 있다. 다소 엉뚱한 취향을 가진 사람도 인터넷 안에서는 천명, 만명이 쉽게 모인다. 소수의 문화를 뜻하는 ‘하위문화’는 언제 어느 지역에서나 있었다. 그동안은 이를 응집할 수단과 동력이 부족해 한 지역, 한 세대에 반짝 유행하고 지나갔다면 요즘은 밖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물론 온라인 세상에서 더 그렇다.
지금은 소소한 취향을 잘 개발해 업으로 삼기에 충분히 좋은 시대인 것 같다. 얼마 전부터 패션뿐 아니라 수많은 소품, 공예, 가구 디자이너들이 쏟아지듯 등장했다. 이런 작은 브랜드들이 과연 잘 성장할까 걱정했던 때도 있었지만 작은 브랜드의 거래를 돕는 플랫폼들이 등장해 함께 성장하며 작은 브랜드의 힘은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덕분에 국내 디자이너가 해외 소비자를 만나는 일도 더 쉬워졌다. 필자가 만난 한 패션 디자이너도 서울에서 브랜드를 운영하지만 파페치(www.farfetch.com)라는 글로벌 편집숍 매출만으로도 브랜드를 성장시킬 만큼의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나만의 특색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브랜드들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