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박지연 배우와 공연 전 대기실 모습을 만나볼까요?’ 이런 자막이 뜨면 뮤지컬 ‘고스트’에서 몰리 역을 맡은 박지연이 등장한다. 카메라는 그의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분장실로 들어간다. 화면은 박지연이 다른 주역과 공연 에피소드를 나누고, 막이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대사를 숙지하며 긴장하는 모습까지 담아낸다. 시청자는 무대 위 화려함 이면에 어떤 분주함이 있는지를 지켜보면서 이 공연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싸게.
인터파크는 무대 뒤 이야기를 배우의 시선으로 전달하는 ‘오늘도 전석매진’을 최근 시작했다. 인터파크TV의 티켓 전용 코너로 공연 라이브 콘텐츠에 각종 할인 혜택을 더한 콘텐츠 커머스다.
문화예술계 넘어온 콘텐츠 커머스
이건 광고인가 홈쇼핑인가, 아니면 콘텐츠인가. 헷갈린다면 그건 콘텐츠 커머스다. 상품을 위한 예능·드라마 등 콘텐츠를 제작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거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정해진 시간 내 구매하면 혜택을 주는 판매 방식이다.
유통 업계를 강타한 콘텐츠 커머스 열풍은 문화예술계로 옮겨왔다. 코로나19로 공연을 홍보할 수 있는 대면 행사 등이 사라지면서 영역을 넓혔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여러 분야에서 라이브 방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뮤지컬·연극 등 무대 공연에 특화된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며 “관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제작사에게는 효과적으로 마케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인터파크의 ‘오늘도 전석매진’ 이전에는 ‘월요라이브’가 있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7월 시작됐다. 공연 토크쇼 콘셉트로, 편당 동시 접속 1000여명, 평균 조회수 1만3000회, 채팅 수 편당 3500여건에 이를 만큼 호응이 좋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월요라이브를 통해 콘텐츠 커머스의 효과를 확인했다”며 “라이브 형태를 확장하면서 무대 뒤 이야기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전석매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놓고 하는 광고’ 환영하는 MZ세대
콘텐츠 커머스는 예능·드라마에 홈쇼핑 포맷을 더한 콘텐츠다. 홈쇼핑 주요 타깃은 중장년 여성인 반면, 콘텐츠 커머스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다. 홈쇼핑의 경우 쇼호스트가 상품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구매를 유도한다면, 콘텐츠 커머스는 상품을 주제로 두고 하나의 콘텐츠를 완성한다. 인터파크의 ‘오늘도 전석매진’의 경우 “티켓을 팝니다” “할인도 됩니다” 같은 말은 나오지 않는다. 배우는 무대 뒤 모습을 여과 없이 공개하면서 공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시청자는 공연 홍보 및 티켓 판매를 위한 콘텐츠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아무런 부담이 없다.
PPL(간접광고)보다는 적극적인 광고 방식이다. PPL은 예능이나 드라마 속 적당한 위치에 상품을 녹여낸다면, 콘텐츠 커머스는 상품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의류기업 한섬은 지난해 패션업계 최초로 웹드라마 ‘핸드메이드 러브’를 선보였다. 천상(天上)에서 쫓겨난 주인공이 인간 세상에서 맞춤 양복점을 운영하면서 옷을 통해 위로를 건네는 로맨스 판타지다. 방영 기간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5% 늘었다. 특히 웹드라마 주요 타깃층인 20~30대 구매액이 149% 증가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4월 드라마 제작 회사 두 곳을 인수한 이유는 이같은 광고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현재 PPL의 효용성은 떨어지고 있다. 규정을 어긴 채 무분별하게 PPL을 도입했던 유튜브 뒷광고 사태는 젊은 세대에게 ‘대놓고 하는 광고’ 열풍을 불러왔다. 시작은 선한 영향력을 담은 콘텐츠 커머스 형태였다. 유튜브 ‘ㅎㅎ마트’는 소상공인의 상품을, ‘다이아 마켓’은 지역 농수산물을 판매하면서 본격적으로 콘텐츠 커머스를 이끌었다. 벽이 허물어지면서 콘텐츠 커머스는 드라마, 예능, 브이로그 방식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불붙은 콘텐츠 커머스
현재 많은 기업이 콘텐츠 커머스에 발을 들이고 있다. 최근 배달의 민족은 ‘생생하게 맛있는 쇼핑라이브’ 코너를 통해 스타들의 음식 방송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 ‘배민쇼핑라이브’를 선보였다. 김구라와 MC그리 부자, 인기 유튜버 최준, 유병재, 영양사 김민지 등이 함께했다.
네이버는 콘텐츠 커머스에 특화된 창작자 집단 ‘라이브 스타’를 발굴하고 있다. 네이버는 “예능형 라이브쇼에 대한 이용자들 관심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커머스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