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직 당시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책임론에 휩싸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2·4 부동산 공급대책의 기초 작업 마무리를 전제로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사실상 경질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변 장관이 임명된 지 74일 만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변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2·4 대책의 차질없는 추진은 매우 중요하다.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하는 공공주도형 주택 대책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정 수석이 전했다.
변 장관의 사퇴 시점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공급 대책의 기초 작업은 끝내고 퇴임하라는 뜻”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 대책에서 제시한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날 공급 대책의 근거를 담은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고 민주당이 이달 중 국회 처리를 공언한 만큼 변 장관의 사퇴는 법안 처리 시점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을 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에게 사의 표명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오후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사의를 표했고, 이후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변 장관의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 사퇴로 2·4 공급대책 등 부동산 정책의 연속성이 저해될 것을 우려했으나 결국 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전격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4·7 재·보선을 앞둔 민주당에선 변 장관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적잖았다. 변 장관의 LH 사장 재임 중 직원들의 투기 행태가 있었다는 점에서 관리 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습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대표 퇴임 직전 문 대통령에게 변 장관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서도 더 이상 변 장관을 감싸기 어렵다는 기류가 확산됐다.
변 장관 사의 수용과 별도로 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공직자, LH 임직원 가족, 친인척 차명거래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지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투기 전모를 다 드러내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또 “부정 투기 이익에 대한 환수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며 “국민 분노를 직시해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 공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