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학의 출금’ 검찰 재이첩, 상식선 결정

입력 2021-03-13 04:0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기로 한 것은 상식선의 결정이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관련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 주체를 어디로 할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순리를 택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2일 입장문에서 “이 사건을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는 게 원칙”이라며 “그러나 검사와 수사관 선발에 3∼4주 이상 소요될 수 있어 수사에 전념할 현실적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수원지검이 사건을 다시 넘겨받아 수사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김학의 사건’은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검찰 내 알력 등이 함축돼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따라서 공수처의 이번 결정은 공정성 논란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봐야 한다. 당초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공수처 직접 수사, 검찰 재이첩, 경찰 국가수사본부 이첩이다. 공수처법 취지에 따르려면 직접 수사가 당연하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가 도입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수처 수사 진용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공수처엔 처장과 차장 외에 검찰 파견 수사관 10명밖에 없다. 검사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 첫 회의는 어제서야 열렸다. 수사팀 구성은 4월 초에나 가능한 실정이다. 직접 수사를 선택했다면 사건을 질질 끌어 뭉개려 한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컸다. 이 경우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까지 의심받게 된다.

국수본 이첩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사건 성격상 검찰의 내부 보고 체계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해 한계를 보일 수 있는데다 강제수사에 착수할 경우 피의자가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 재이첩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검찰이 제 식구를 수사하는 셈이지만 봐주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검찰이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공수처 결정이 나온 만큼 이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은 없어야 한다. 공수처도 이첩 기준 등과 관련된 내부 규정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수사기관 간 사건 이첩이 시스템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원지검도 신속히 수사를 재개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전력을 다해야 할 터이다. 그간 소환에 불응했던 이 지검장도 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 만큼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