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8필지 매입·22명이 쪼개기 취득… 직급이 따로 없었다

입력 2021-03-12 04:02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를 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들어서고 있다. 정부는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성호 기자

국무총리실 직속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이 11일 3기 신도시 투기 의심사례로 적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20명은 한 명이 여러 개의 필지를 매입하거나 한 필지에 수십명이 공동매입하는 형태로 들어가는 등 전형적인 투기꾼 행태를 보였다. 직급이나 근속연수와 관계없이 땅을 매입했다.

그러나 전직 LH 직원은 물론 국토교통부와 LH 직원의 배우자, 존비속 등에 대해선 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해 이번 1차 조사 결과가 국민들의 불신을 씻어내긴 역부족이란 관측이 나온다. 투기 의심을 받는 전직 LH 직원에 대해선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지 못해 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정세균 총리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정부는 자신들 주머니를 채운 공기업과 공무원들 범죄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이잡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투기이익 환수 역시 공언했지만,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투기가 의심되는 20명의 거래 유형을 보면 LH 직원 1명이 2필지 이상 거래한 경우가 6명이었고, 한 직원은 최대 8필지까지 매입했다. LH 직원뿐 아니라 지인이 공동매입한 사례도 있었는데, 시흥시 과림동의 경우 1개 필지에 직원 4명을 포함한 22명이 이른바 ‘쪼개기 소유’를 하고 있었다.

매입 시기는 대체로 지구 지정공고가 나기 1~2년 전에 집중됐다. 이미 관련 정보를 얻어 매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급별로는 부장급(2급)이 3명, 차장급(3급) 9명, 대리급(4급) 6명, 그 이하가 2명 등 직급을 가리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투기를 했다고 결론난 것은 아니다. 의심 정황이 포착됐을 뿐 법적으로 위법행위가 인정될지는 수사를 해봐야 한다. 합조단의 역할은 정부가 보유한 자료를 기반으로 신속하게 의심 정황이 있는 사람을 추려 수사기관에 보내는 것이었다.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이전 1, 2기 신도시에 대한 의심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이번 합조단의 조사는 3기 신도시와 본인명의 거래에 한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빙산의 일각을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투기에 따른 불법이익을 환수하는 것도 현행법상 쉽지 않을 뿐더러 국회에서 새로운 법을 만든다 해도 이를 소급적용할 수는 없어 환수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합조단은 또 이번 1차 조사를 통해 3기 신도시와 인접한 지역에 144명(국토부 25명, LH 119명)이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 대부분은 고양시 행신동, 하남시 덕풍동,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에 아파트, 빌라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대부분 기존 시가지 내 주택 보유자여서 거주 목적 가능성도 있다.

합조단은 투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특별수사본부에 이첩하기로 했다. 합조단은 또 각 지자체 업무 담당자, 지방공기업 전 직원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영선 손재호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