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나문재

입력 2021-03-11 19:28

세상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 자기 몸을 태워
한 됫박 소금을 만든다

세상의 자식들은
제비 새끼처럼 노란 부리로
에미가 물어다 준 소금을
받아먹고 자란다

나는 신안 증도를 지나며
눈부신 소금뼈 하나를 만났다

걸어 나오고 있는 어머니의
바다를 만났다

자식의 가난한 식탁을 위해
소신공양한 여자

아, 어머니

길고 깊은 기억 속
녹아내리는 붉은 울음을 만났다

조달곤 시집 ‘낮이 말라 밤이 차오르듯’ 중

신안 증도엔 너른 소금밭이 펼쳐져 있다. 바닷물이 소금으로 변하는 그 곳에서 시인이 본 것은 어머니다. 햇볕에 자신을 태워 증발 시킨 후 남긴 소금으로 자식을 먹이는 어머니. 제목인 나문재는 시집에서 “소금을 만든다는 염생식물”로 설명돼있다. 주로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풀이다. 올해 만 여든이 되는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나에게도 한 번쯤은 아름다운 마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