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나라의 주택가격과 주가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빚투’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은 실물경제와 괴리를 보이는 자산가격의 질주가 자칫 우리 경제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2019년 10월(0.1) 이후 지난 1월까지 15개월 내리 플러스 행진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0.9) 상승폭이 크게 확대된 데 이어 올 1월(0.8)에도 오름세가 지속됐다.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단연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전년 4분기보다 9.3% 올랐다. 영국(3.0%)보다는 상승세가 3배를 웃돌았고 미국(6.0%), 독일(5.4%), 프랑스(3.8%)와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다.
한은은 집값 상승의 71%가 수급 등 국내 요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주가 변동의 72%가 글로벌 공통 요인의 영향으로 나온 것과 상반된다. 주가는 세계 경제 상황과 연동돼 움직이는 성향을 보이지만 집값 문제는 한국만의 특수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집값 상승에는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전세가격 상승 등이 두루 작용한 결과”라며 “(주택 정책은) 수요 억제책과 공급 확대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주가 역시 한국이 지난해 63.8%(3월 말 대비 12월 말 상승률)나 치솟아 미국(39.6%), 독일(38.1%), 영국(13.9%), 일본(45.1%), 대만(51.8%) 등의 상승폭을 압도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이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비상장기업에 집중됐고 전기전자나 화학, 의약품 등 코로나19 수혜 업종의 대기업들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불어나는 가계부채다. 한은은 현 주택거래 상황, 코로나19 관련 자금 수요, 개인의 ‘빚투’ 바람 등에 비춰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의존도가 높은 30대 이하의 주택 매매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택 관련 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자산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자산 불평등 및 금융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며 “특히 주택가격 상승은 민간부채 증가와 밀접히 연계돼 있어 향후 금융 시스템과 거시경제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시중에서 고개를 드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급격히 물가가 오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