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오랜만에 웃었지만 연기금은 50일 연속 던졌다

입력 2021-03-12 04:06

코스피지수가 6거래일 만에 올랐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은 이날도 팔자 행진을 이어가며 ‘50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세웠다.

코스피는 11일 55.58포인트(1.88%) 오른 3013.70에 장을 마쳤다. 지난 4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최근 3일간 3000 아래로 떨어졌다가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닥지수도 17.94포인트(2.02%) 상승한 908.01에 마감하며 3일 만에 9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7000억원가량을 사들였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011년 7월 8일(1조7200억원) 이후 역대 2위다.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이 통과되고 미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찾은 데 따른 것이다. 반면 개인은 1조1000억원가량, 기관은 5900억원 정도를 팔아치웠다.

특히 기관투자가 가운데 연기금은 이날 장중 순매수로 돌아선 듯하다가 장 마감 직전 매도 물량을 대거 쏟아냈다. 이날이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었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50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사상 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쉼 없이 파는 이유는 투자 자산 비중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운용 자산의 16.8%다. 그런데 지난 1월 7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을 돌파하는 등 올 초 상승세를 타면서 국민연금 포함 연기금의 주식 자산 비중은 늘어나 매도를 해야 목표 비율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일부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연기금의 팔자 행진이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이익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최근 전주 국민연금 본사 앞에서 연기금의 국내 주식 매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원칙에 나온 수익성, 공공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최근 ‘매도 폭탄’은 공공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기금의 역할은 투자자의 노후 자산 보장인 만큼 매도 행진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수요가 한정적이었던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기금이 지금껏 자금을 공급해 온 측면도 있다”며 “연기금의 공적 기능을 고려할 때 연기금 외의 증시 수급을 개선시킬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서 균등 배분 방식과 중복 청약이 맞물려 1주도 못 받는 투자자가 속출하자 금융 당국이 뒤늦게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청약 주관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중복 청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르면 5월 말부터 중복 청약이 제한되며, 가장 먼저 신청한 청약 1건만 인정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