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 계속 “단기 대응보다 미래차 반도체에 집중을”

입력 2021-03-12 04:06

전 세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비상이 걸렸다. 폭스바겐, 아우디, 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굵직한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족한 부품이 ‘아날로그형 반도체’여서 일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근시안적 해법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미래차용 첨단 반도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흔히 작업을 수행하는 두뇌인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 속한 차량용 반도체는 빅테크 기업들이 주문하는 초미세 공정용과 달리 부가가치가 낮다. 차량용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 TSMC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도 적은 마당에 한번 계약하면 5~10년 이상 공급을 지속해야 하는 등 불안 요소들도 만만치 않다.

수요 예측을 못한 부분도 있다. TSMC 등 파운드리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약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반도체 생산을 늘렸는데, 예측과 달리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소비가 늘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한파, 정전 등 잇단 재해로 글로벌 반도체 공장들의 가동도 일부 멈춘 탓이 컸다.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인 우리나라는 현재 수급이 불안정한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 공정은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공급 부족을 해소한다고 관련 반도체 투자에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고수익의 기회를 포기하고 자동차 업체에 오랜 기간 묶이는 선택을 할 업체는 많지 않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아예 첨단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현재의 공급 부족의 경우 업체들이 차량 생산을 조절하면서 최대한 버티고 대신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미래차 반도체 개발 및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자율주행차 시대 도래에 대비해 첨단 차량용 반도체 연구를 해 왔다. 자율주행차에는 차량 한 대당 2000개가 넘는 반도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도체 업계는 지금처럼 아날로그가 아닌 자율주행 등 첨단 반도체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