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쓱’ 나타난 추신수 “미국에서 했던대로”

입력 2021-03-12 04:06
SSG 랜더스에서 프로야구 KBO리그 데뷔를 준비하는 추신수(오른쪽)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끝낸 팀 동료들과 처음으로 인사하면서 자신에게 등번호 17번을 양보하고 15번을 택한 투수 이태양에게 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3시 부산 사직야구장 1층 출입구로 검은색 밴 차량이 진입했다. 차에서 내린 탄탄한 체구의 남성이 여유 있는 걸음걸이로 수십 명의 취재진, 그리고 팬들 앞에 섰다. 오른 팔엔 짙은 타투가, 왼쪽 어깨엔 명품 보스턴 백이, 구불구불한 갈색 단발머리 위엔 힙한 스냅백이 얹어져 있었다. 할리우드 파파라치 사진에서나 봤을 법한 이 남성은 바로 추신수(39·SSG 랜더스).

16년 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뛴 추신수가 이날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SSG와 롯데 자이언츠의 연습경기가 끝난 뒤 SSG에 공식 합류했다. 추신수는 정오까지 경남 창원에서 자가격리를 한 뒤 사직야구장으로 이동해 실내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SSG 5대 7 패)가 끝난 뒤엔 등번호 17번이 찍혀 있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3루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악수하며 첫 인사를 나눴다.

취재진 앞에 선 추신수는 20년 만에, 그것도 야구를 처음 시작했던 사직야구장에서 한국에 복귀한 것에 대해 밝은 얼굴로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 설렘이 있었고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 좋은 시간”이라며 “야구 시작하면서 외삼촌(박정태) 따라 밥 먹듯이 들락날락했던 게 사직이다. 코치님, 선배님들에게 야구 배우고 선수의 꿈을 키웠던 소중한 곳에서 인사를 하니 더 설레고 한국에 진짜 왔구나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한국 복귀를 선택한 건 무엇보다도 커리어 내내 이루지 못한 우승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추신수는 “SSG는 항상 원했던 우승을 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팀인데다 한국에서 팬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싶었다”며 “주변에선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하는 게 낫지 않냐고 하시는데, 저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팬들에게) 돌려드릴 게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SSG의 2~3번 타순에 활용될 예정이다. 최주환, 한유섬 등이 위치해 활발한 득점이 기대되는 5~6번 타순 앞쪽에서 수많은 찬스를 만들어줄 수 있어서다. 다만 추신수가 출루율만 좋은 타자는 아니기에 시즌 중 타순은 유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개막 이후엔 좌익수 포지션에서 수비에도 기여하게 된다. 추신수는 “저는 미국에서 제가 했던 대로 똑같이 (높은 출루율과 OPS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준비과정과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것도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추신수는 “김인식, 김경문 감독님과 통화를 해서 언제든 뽑아달라고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12일부터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한 뒤 16~17일 대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에서 1~2타석 정도 대타로 나서 볼에 적응할 예정이다. 추신수는 “몸상태는 너무 좋지만 신발 신고 (야구장에) 나갔을 때는 다르다”며 “일단 타석에서 공을 많이 보며 실전 느낌을 몸에 익힐 것”이라고 말했다.

SSG 선수단도 추신수의 합류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추신수가 격리 기간에도 11시에 취침하고 6시에 기상하는 생활을 꾸준히 유지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추신수의 자기관리가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될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이어 “SSG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시즌 중 좋은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부산=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