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해체 수준 혁신한다며… 공급대책은 차질 없이 진행?

입력 2021-03-12 00:03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11일 경남 진주시 LH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소속 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향해 강도 높은 조직 개편 요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LH 사장 출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압박과 책임 추궁도 거세다. 이에 정부는 ‘조직 해체’ 수준의 혁신을 단행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이미 LH 주도의 2·4 공급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혁신 방향 설정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 “LH와 임직원은 과연 더이상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소셜네트워크 공간에서 언급돼 온 ‘LH 해체’라는 거친 논의가 비록 단서를 붙였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언급되는 지경이다. LH 해체가 과연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줄 방안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어떤 형식으로든 조직 개편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LH 혁신에 대한 밑그림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토지조성 등 도덕적 해이 의혹이 일 수 있는 기능을 떼어 지방공사에 넘기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개발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고 주거복지와 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방향이 될 수 있다”며 “중앙 조직은 전체 (주택·토지 공급) 계획을 짜고 실행기능은 지방공사나 자치단체에 넘기는 것도 공급대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LH 직원의 투기 의혹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사 등으로 번지는 중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덕적 해이나 일탈을 저질렀을 때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이다”며 “국민에게 정부 신뢰도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광명·시흥 신도시 조성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LH 조직 개편을 공언하면서도 동시에 공급대책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교수는 “조직 개편은 하면서 정부 공급계획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공급 계획을 실행하려면 결국 기존 조직들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건데, 이런 해명으로는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도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게 결국 공공이 민간보다 더 청렴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번에 그 믿음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LH는 이날 징계인사위원회를 열고 인터넷 유료 사이트에서 자칭 ‘대한민국 1위 토지경매 강사’로 활동하며 가욋돈을 챙겨온 서울지역본부 의정부사업단 소속 오모씨를 파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말부터 내부 감사를 받아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